화장품에서 의약품까지…‘마이크로니들’ 본격 개발 경쟁

마이크로니들 시장 규모 2030년 1조5000억원 전망
비만·탈모·독감백신 등 다양한 질환 임상시험 활발
“신속한 품목허가 위해 가이드라인 구축돼야”

기사승인 2024-02-14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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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에서 의약품까지…‘마이크로니들’ 본격 개발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제약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의약품부터 화장품, 의료기기까지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제약사들의 개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사람 머리카락 3분의 1 정도 두께를 가진 미세한 바늘로, 피부 각질층을 통과해 약물이나 물질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화장품 분야에선 피부 각질층에 얇은 상처를 내 화장품 성분의 흡수나 피부 재생 작용을 돕는다. 의약품의 경우 경구제와 달리 간에 주는 부담이 낮다. 주사제에 비해 투약 통증이 적고 부작용도 덜하다. 또 국소 부위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투여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헬스케어 산업 여러 방면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니들의 시장성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5억7900만 달러(한화 약 7527억원)에서 연평균 6.3%씩 성장해 2030년에는 12억390만 달러(약 1조58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동향에 따라 제약업계에선 관련 개발 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 대원제약, 대웅제약, 동아ST, 신신제약, 셀트리온, 광동제약 등 다수의 제약사가 마이크로니들 임상시험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과 대원제약, 동아ST, 광동제약은 비만치료제에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접목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의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만 붙이면 되는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연구 중이며 올해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대원제약은 바이오벤처 라파스와 함께, 동아ST는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개발기업 주빅과 협업해 패치형 비만치료제 공동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광동제약도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을 보유한 유한 쿼드메디슨에 20억원을 투자하며 비만치료제 개발에 합류했다. 

JW중외제약은 테라젝아시아와 탈모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해당 의약품은 모낭 증식과 모발 재생을 촉진시키는 혁신 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을 마이크로니들 기술과 결합해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

신신제약은 노인성 통증질환 치료제를 중점 사업으로 선택했다. 신신제약은 수용성 고분자 같은 첨가제를 적용해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소관절염 치료제 시제품을 먼저 선보이고, 연내 비임상 절차를 마쳐 국내 임상 1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후 골다공증, 유착성 관절낭염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GC녹십자는 미국 바이오테크기업 백세스테크놀로지와 패치형 독감 백신을, 휴젤은 다한증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패치형 보툴리눔톡신을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캡슐 안에 녹는 마이크로니들을 넣어 주사제와 유사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경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연구 중이다. 최근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마이크로니들융합연구회 간사)은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혁신적 약물 전달 기전으로 화장품, 의약품 등 헬스케어 산업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며 “현재 화장품 산업에서만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의약품 분야는 출시된 제품이 없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20여개 이상 기업들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신속한 품목 허가 과정을 밟기 위해 규제 당국이 안전성·유효성 검증 관련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또 “향후 수출을 위한 국제적 조화도 필요하다”면서 “국가마다 마이크로니들에 대한 허가 기준이 달라 업계가 해외 진출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각국 규제 당국이 통일된 기준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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