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은 떠났다…“중증소아 수용 곤란”

늘어나는 ‘이탈’ 전공의
수술 지연·진료 거절 피해신고↑
남은 의료진 업무 과부하 우려도
사태 장기화될 경우 ‘의료대란’ 가능성

기사승인 2024-02-23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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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6명은 떠났다…“중증소아 수용 곤란”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빈자리로 인해 수술 지연, 진료 거절 등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남은 의료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전공의의 약 74.4% 수준인 9275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날 대비 459명이 더 늘어났다. 근무지 이탈자도 8024명(64.4%)으로, 전날보다 211명 추가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1일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이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 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실제 전공의 이탈로 주요 병원들의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오후 7시 기준 응급의료포털의 응급실 현황을 보면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6명의 환자가 아직 병상을 확보하지 못했고, 2명의 소아 응급환자도 병상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10명 중 6명은 떠났다…“중증소아 수용 곤란”
22일 오후 6시 기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응급의료정보 제공 모바일 앱 캡처

복지부가 운영하는 응급의료 정보 제공 모바일 앱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 기준 건국대병원은 “소아과 전공의 부재로 일부 중증소아환자 수용이 곤란하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도 “성인 위장관응급내시경 신환(새로운 환자) 수용이 불가하며, 뇌출혈 수술의 경우 중환자실 및 응급 수술, 마취 지원 여부에 따라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중환자실(ICU) 부족으로 중증 외상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남은 의사들이 수술을 비롯해 외래·응급·응급의학과·회진 등을 책임지고 있어 당장 진료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다 보니 정상적인 진료가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상급종합병원 특성에 맞게 중증 환자를 우선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를 대신해 투입된 의료진들의 업무 과중도 문제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인턴과 레지던트 없이 응급 환자를 받고 있어 평소보다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간호사들도 전공의 업무를 나눠서 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이 진료를 중단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이들이 담당하고 있던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타 직군에게 떠넘겨지고 있다”며 “실제 여러 병원에서 진료부가 환자 동의서와 검사·처치에 대한 업무 협조를 간호부에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의료공백 위기로 인한 현장 간호사 업무 가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도 21일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동시간 증가, 출근일수 증가, 노동강도 증가, 업무 증가로 병원 노동자들에게 하중이 집중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노(老) 교수가 늦은 시간까지 진료를 이어가고, 십여 년 만에 당직근무에 나서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공의 집단휴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료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높다. 노조는 “장기화되면 대란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면서 “한계가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나 이른바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남은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어 추가 인력 이탈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임상강사와 전임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도 수련병원에 남아 더 나은 임상의·연구자로서의 소양을 쌓고자 했지만,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전했다.

환자들은 의료대란이 일어날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 4월 첫째주에 간 질환 수술 예약이 잡혀있는 김모(28)씨는 “아직 병원에서 연락은 안 왔지만, 집단휴진이 길어질 경우 수술 일정이 미뤄질까 걱정”이라면서 “건강이 악화돼 일을 그만뒀는데, 백수 생활이 길어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 너무 뻔하다”면서 “그 피해는 온전히 환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정 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협의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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