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에 재미까지’…서울 중구에 ‘모노레일’이 떴다 [여긴 어디구]

기사승인 2024-02-28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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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재미까지’…서울 중구에 ‘모노레일’이 떴다 [여긴 어디구]
서울 중구 모노레일. 사진=이예솔 기자

“어린이집에서 타는 미끄럼틀보다 재밌어요”


서울 도심 한복판에 무료 모노레일이 등장했다. 27일 오후 1시쯤 모노레일을 타고 산책에 나선 김모(5)군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중구는 지난 15일부터 신당현대아파트에서 대현산배수지공원을 잇는 모노레일 운행을 시작했다. 서울시 이동 수단으로 모노레일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모난 모양의 모노레일은 110m 구간의 하늘을 둥둥 떠서 이동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왕복한다. 승강장은 시점과 종점, 중간 지점까지 총 3곳이다. 이용료는 무료다.

이날 찾은 서울 중구 다산로 모노레일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부터 등산복을 차려입은 고령층까지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출발 버튼을 누르자 모노레일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자동으로 움직여 내려왔다.

모노레일 내부 한쪽에는 비상등과 조작 방법, 주의사항이 안내돼 있다. 의자 6개와 함께 지지대도 설치된 모습이었다. 손잡이는 양쪽으로 총 8개가 있지만,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별 다른 소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모노레일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현산배수지공원은 잔디광장과 다목적 경기장, 조깅트랙,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등 체육시설이 있어 평소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현산배수지공원으로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비나 눈이 오면 미끄러지는 사고가 날 위험도 있었다. 특히 보행 약자들이 공원을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컸다.

‘편리함에 재미까지’…서울 중구에 ‘모노레일’이 떴다 [여긴 어디구]
모노레일을 타고 반려견과 산책한 시민. 사진=이예솔 기자

모노레일은 시민들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았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정무철(68)씨는 “날마다 공원을 오는데, 오르막이 가팔라서 고령자분들이 힘들어하셨다”며 “흔들리지도 않고 좋았다. 직접 타 보니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현산배수지공원을 산책하던 일부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춰 모노레일을 구경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여 아이들이 타기에도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이날 마주친 모노레일 탑승객 3명 중 1명은 초등학생이었다. 부모님께 한번 더 타자고 묻는 아이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모노레일을 타러 온 황유영(20)씨는 “주변에 사는 친구들도 (모노레일을 보고) 신기하다고 말한다”며 “또 탈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많다. 시민 A씨는 “보통 퇴근하고 오후 6시 이후로 운동이나 산책하러 가는데, 오후 6시면 운행이 끝나 버린다”며 “날이 풀릴 때 맞춰 시간대도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소음과 사생활 침해 문제도 지적됐다. 모노레일이 설치된 바로 옆 아파트 동에 거주한다는 B씨는 “‘윙’거리며 운행하는 소리가 지속해서 들리니까 신경이 쓰인다”고 호소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가까운 동에 사는 분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소음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 도로 자동차 소음보다도 작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생활 침해 민원 관련해서는 모노레일 창문 양옆으로 불투명한 스티커를 붙여 외부가 보이지 않도록 해 놨다”고 덧붙였다.

구는 모노레일의 안전 운행을 위해 안전요원을 채용해 배치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현재는 안전요원 채용 전이라 건설업체에서 관리 중이지만, 채용 후에 구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니, 운행해 본 뒤 이용 시간 변경과 속도 조절 등 추후 주민분들 의견을 수렴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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