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게이트-카드 도박’ 모두 방관한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탁구 게이트’ 이어 ‘카드 도박 의혹’
‘방관자’에 머무른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
“협회, 비민주적 체계…1인 독재에 가까워”

기사승인 2024-03-14 17: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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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게이트-카드 도박’ 모두 방관한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왼쪽)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사진=임형택 기자

‘탁구 게이트’로 내홍을 겪었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번엔 ‘카드 도박’ 문제에 휩싸였다.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져나오면서 책임자 부재가 지적된다. 대한축구협회와 위르겐 클린스만(59)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든 문제를 방관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14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3일부터 10일까지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기간에 일부 선수와 직원 A씨는 한국에서 가져온 칩을 활용해 카드놀이를 했다. 2023 아시안컵을 불과 3일(1월13일) 앞둔 시점에 카드놀이를 한 것이다. 

곧바로 해명문을 낸 대한축구협회는 “스태프와 선수들이 카드놀이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 판단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소집 기간이 긴 일부 대회에서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휴게실을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선 휴게실에 선수가 아닌 스태프의 출입도 이뤄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대회 휴게실에는 바둑, 카드, 보드게임, 윷놀이, 플레이스테이션, 노래방 기기 등이 비치됐다. 다만 원래 해당 시설은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는데, 해당 공간에 스태프가 함께 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스태프를 직위해제했다. 여러 차례 당사자와 주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설명하면서 “이 결과를 토대로 추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탁구 게이트-카드 도박’ 모두 방관한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칩과 판돈이 오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카드 도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칩을 한국에서 직접 가져간 점과 금전적 이득을 취한 부분은 도박성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카드놀이 사실을 인정한 대한축구협회는 도박 의혹에 선을 그었다. “선수단이 훈련장에서 골대 맞추기 내기 등을 한다거나 휴게실에서 보드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할 때 음료 내기 등을 위해 돈 계산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소액 내기로 도박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단 내부에서 일어난 다툼인 ‘탁구 게이트’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사자인 손흥민과 이강인이 화해하면서 탁구게이트가 일단락됐는데, 연이어 ‘카드 도박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스포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윤수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큰 관점에서 보면, 협회가 직원을 직위해제하고 사건을 끝내려는 점은 사태의 본질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를 직위해제로 마무리하는 행동은 협회 내부의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막혀있다는 의미”라며 “앞서 ‘탁구 게이트’에서 협회가 취했던 ‘선수가 잘못’이라는 태도 또한 문제다. 이번 ‘도박 의혹’은 직원 개인의 부주의에 더해 대한축구협회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감독 선임 과정도 도마에 오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클린스만 전 감독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정 회장은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과정으로 진행했다”고 말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정 회장에게 농담조로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다. 이를 정 회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며 선임 전 사전 접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다른 것은 명확한 의사소통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기에 나타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탁구 게이트-카드 도박’ 모두 방관한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협회 체계에 대해 정 교수는 “대한축구협회가 ‘민주적 경영 체계’를 갖췄는지 의문이다. ‘정몽규 체제’에서 민주적 의사소통이 완전히 막혔다. 정 회장 의견에 반대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 지금 대한축구협회는 정 회장의 연임을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질타하면서 “현재 협회는 ‘1인 독재’에 가깝다. 이번 사건이 이렇게 무마된다면 협회는 비민주적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무능도 논란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령탑으로서 선수단 및 스태프 장악에 완전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경기 전후로 선수단에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 선수 사이의 갈등을 초래했고, 선수단 전용 출입 구역에 스태프가 자유자재로 들어가도록 방치하는 등 구성원 통제에도 실패했다. 

정 교수는 클린스만에 대해 “감독은 팀 문화를 설정해야 한다. 바람직한 문화를 설정하면 선수들의 일탈도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클린스만은 선수들을 방치했다. 경기장 내부는 물론, 바깥에서도 클린스만은 전혀 감독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초호화 선수단’을 꾸려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면엔 협회와 감독의 무능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관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대한축구협회가 환골탈태해 초호화 선수단의 전성기 시절이 지나가기 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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