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국민의힘에는 ‘전북이 없다’

민생토론회도 없고 비례대표 배제…선심 쓰듯 1석 배정
지역 공약도 알맹이 없어, 한 위원장의 ‘관심’ 약속만 공허한 울림

입력 2024-03-25 1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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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시선]국민의힘에는 ‘전북이 없다’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5일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주를 찾았다. 한 위원장은 한옥마을에 들러 "전북에서 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보란 듯이 승리한다면 정말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고 대한민국 전체 정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의외로 뜨거운 시민들의 환호에 감사하고 전북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균형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함께 한 시민들은 분위기가 제법 좋았다고 전했다. 

사실 호남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것은 고난의 길이고 당선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의 ‘국민의당 돌풍’을 제외하고 20여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아니고는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당선되기가 낙타 바늘귀를 뚫는 것보다 힘들었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전북 10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낸 것은 승패를 떠나 의미 있는 일이자 전북에 대해 작은 기대를 표명하는 일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국민의힘이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35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허물어졌다. 전북에서는 5선 출신인 조배숙 전 국민의힘 도당위원장과 허남주 전주갑 당협위원장 정선화 전 전주병 당협위원장 등 3명의 여성 정치인과 지난해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섰던 김경민 전 국민의힘 고문이 비례대표에 도전했으나 철저히 배제됐다

국민의힘은 2021년 서진 정책의 일환으로 당헌당규에 국회의원 선거 정당득표율 15% 미만 득표지역(시·도 단위)을 비례대표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고 후보자 추천 순위 20위 이내에 4분의 1을 해당 지역 인사로 우선 추천한다고 명시했다. 비례 20석 확보를 가정할 때 호남에 5석을 배정해야 하고 전북은 최소 2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여기에서 나왔다. 

당내 친윤 세력이 ‘호남 홀대’를 주장하며 재조정을 요구했고 정운천 의원은 "보수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헌신해 온, 호남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의 배제는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현재 전북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자 모두가 출마 포기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기존 비례대표 추천 명단에 없던 조배숙 전 의원이 안정권으로 평가받는 13번을 받았다. 전북은 1석을 건졌지만 ‘우는 아이에게 젖 물리는 꼴’이 됐다. 

전북은 지난 대선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14%대 투표율로 호남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지만 드러내 놓고 홀대하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지지를 호소하지만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 삭감 논란, 전북 예산 마이너스 편성, 재정 특례 없는 특별자치도, 비례대표 당초 배제 등 전북에 대한 인식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원년 첫 총선을 맞는 전북은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을 공약에 관심이 컸다. 특히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공약에 낙후지역인 전북자치도의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들이 담기길 기대했다. 하지만 선거구에 지지를 호소하는 것과 달리 알맹이가 없다.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영남 등 다른 지역에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 광역급행열차 도입 등 구체적인 사업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전북을 위한 발전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한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북에 대해 관심’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민주당도 ‘윤석열 정권 심판’만 외칠 뿐 한심하기는 매 한가지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두 달간 22차례에 걸쳐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모두 100조원이 넘는 그 지역의 개발 보따리를 내놓았지만 전북에는 특별지치도 출범식에 잠시 참석했을 뿐 찾아오지 않았다. 아직 기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다른 도는 2차례 이상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무척 서운한 일이다.

전북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내놓은 공약들도 제대로 실행된 것이 거의 없이 모두 현안으로 남아 있고 도민들에게는 단지 ‘희망 고문’일 뿐이다. 전주 대도시권 인정을 통한 광역교통망 구축사업과 서남대 폐교에 따른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공공의대 건립, 국민연금공단을 가반으로 한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 등 핵심 현안 사업들이 줄줄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후보들은 한 마디가 없다. 특히 새만금은 마스터플랜을 다시 세운다면서도 수수방관이다. 
 
조국혁신당의 바람이 전북을 강타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는듯 하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비례정당 투표에서도 민주당이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번엔 비례정당 정치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민주당도 마땅찮고 국민의힘은 더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전북정치는 완전히 변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호남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싫고 ‘공천만하면 당선’되니 전북에 구애하지 않고 국민의힘은 ‘전북은 변하지 않는 존재’들로 사실상 배제의 대상이다. 아예 전북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정책적인 배려는 전혀 고려치 않는다.

국민의힘이 열악한 지역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야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고 집권 여당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루는데 한 걸음 나갈텐데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다. 총선 정국에서도 국민의힘에는 전북이 없는데 평상시에는 어떠할지, 전북 유권자들의 소외감만 늘어난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