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임금이 깎이나” 병원 노동자들 ‘절규’

기사승인 2024-04-01 12: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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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임금이 깎이나” 병원 노동자들 ‘절규’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1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와 병원노동자,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7주차로 접어들며 대다수의 대형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이 무급 휴가 강요, 계약 연장 종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환자와 병원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지역 전공의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1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과 의사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자의 임금이 깎이면서 무급휴가를 가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이어 “병원은 비상경영을 선포하지만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는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헌신하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을 강제 무급휴가에 내몰고 인건비를 줄이려 노력하는 것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들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병원 노동자와 환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장은 “병원 노동자들은 무급휴가를 강요받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진료 축소로 인해 기한 없는 무급휴가를 강요받고 있고, 임금체불과 구조조정 심지어 휴업, 폐업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병원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의사 집단 진료 거부로 진료 예약이나 수술 일정 취소 및 연기 등을 안내하며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폭언과 항의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용불안에도 시달리는 실정이다. 이 지부장은 “당장 3월 입사할 예비 노동자들은 무기한 입사 연기 통보를 받았고, 재계약을 앞둔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일방적 계약 해지로 병원을 떠나고 있다”면서 “모든 병원의 상황이 비슷하기에 이들은 갈 곳조차 없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 등 진료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상황이 악화되자, 병원 노동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교수들까지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나면 정말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며 “이렇게 가다간 병원을 떠난 환자들이 이 사태가 끝나더라도 병원으로 다시 돌아올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들은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을 병원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노사 합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무엇보다 의사 집단 진료 거부 사태 장기화에 따른 병원 정상화 대책 및 중장기 계획도 마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노조 대표자와 현장 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의사 아닌 병원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할 것임을 밝힌다”며 “병원 가동률 저하를 이유로 일방적인 무급휴가로 내몰지 말고 노사합의 하에 주 4일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 조정으로 비상사태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병동폐쇄를 할 경우 병원에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정당한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전공의 복귀 및 교수 집단 사표 즉각 철회 △노사 합의 하에 다양한 근무형태 조정 △환자와 병원 노동자,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국민참여 공론화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강동경희대병원지부, 강동성심병원지부, 건국대병원지부, 경희의료원지부, 고대의료원지부, 국립중앙의료원지부, 금강아산병원지부, 보훈병원지부 서울지회, 상계백병원지부, 서울성모병원지부, 서울아산병원지부, 여의도성모병원지부, 은평성모병원지부, 이화의료원지부, 중앙대의료원지부, 한양대의료원지부와 건국대병원노동조합, 서울의료원노동조합,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이 참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