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더 받기’로 역전…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에 해석 분분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1안 유력
1안 찬성표 36.9%→50.8%→56%…공론화 거치며 급증
“고령화 고려하면 상식적 결정” vs “충분한 정보 없이 투표 진행”

기사승인 2024-04-23 06:00:32
- + 인쇄
‘더 내고 더 받기’로 역전…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에 해석 분분
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시민 대표단의 선택이 뒤집혔다.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재정 안정’ 쪽에서 ‘노후 소득보장’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 시민대표단의 선택이 바뀐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22일 국회에서 연금개혁 공론화 시민대표단 492인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수개혁’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 시민대표단 56%는 소득보장을 더 강조한 1안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안정에 중점을 둔 2안은 42.6%에 그쳤다.

의제숙의단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가지였다. 1안인 ‘더 내고 더 받기’, 2안 ‘조금만 더 내고 그대로 받기’로 압축됐다. 1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까지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50%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안은 보험료율을 12%만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현행 그대로인 40%로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성별·연령·지역 비율에 따라 선정된 시민대표단 492명은 3차례에 걸쳐 결정을 했다. 연금개혁안에 대한 학습 전 1차 조사(3월22~25일), 숙의토론 전 2차 조사(4월 13일)에 이어 전날 마지막 숙의토론 후 최종 조사에 참여했다. 

1차 조사 때만 해도 2가지 안은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하게 갈렸다. 오히려 1차 때는 오차범위 내지만 1안(36.9%) 보다 2안(44.8%)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2차 설문조사 때 결과가 바뀌었다. 1안이 50.8%, 2안이 38.8%로, 12% 차이로 1안이 2안을 따돌렸다. 최종 설문조사인 3차 땐 1안(56%)과 2안(42.6%)의 격차는 13.4%로 더 벌어졌다. 

‘더 내고 더 받기’로 역전…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에 해석 분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개혁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김은빈 기자

1안에 대한 찬성표가 많아진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학습을 통해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인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시민 대표단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숙의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섰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이라며 “고령화 등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민대표단이 상식적인 결정을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존중해 소득대체율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을 1% 더 부담하더라도, 더 받는 것이 노후를 위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국가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인인구 소득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평균인 13.1%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반면 재정안정론 측은 공론화 과정이 적절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시민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은 1안이나 2안이나 기금 소진 시점은 1년 밖에 차이가 안 나고, 1안은 연금을 더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1안을 선택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윤 위원은 “우리가 연금개혁을 하는 이유는 지금 시점이 아니라 앞으로 70년 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1안이 채택되면 2093년까지 적자가 702조원 늘어나지만 2안은 같은 시점까지 적자를 1970억원 줄일 수 있다. 이를 알려주지 않고 투표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가지 안의 누적적자 차이가 2700조원이나 되며, 베이비붐 세대와 현 세대의 생애 보험료 부담이 5배 차이난다는 자료가 대표단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론화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위원은 “시민대표단에서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이 제시하는 지표가 너무 달라, 무엇이 맞는지 헷갈린다’거나 ‘500명은 왜곡돼 있으니 1만명으로 늘려 2번, 3번 더 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공론화 과정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민대표단의 선택이 최종 개혁안으로 확정되는 건 아니다. 국회 연금특위 차원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은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시대적 과제인 연금개혁이 21대 국회 임기 내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공론화위 발표에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연금특위 논의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한편 해당 조사에 대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더 내고 더 받기’로 역전…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에 해석 분분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