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서남북 방위식 지명 없앤다” 마지막 남은 서구와 협의

입력 2024-04-24 10: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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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서남북 방위식 지명 없앤다” 마지막 남은 서구와 협의

인천시는 오는 2026년 7월 행정체제 개편에 맞춰 서구의 방위식 명칭을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으로 변경하는 것을 서구와 협의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시는 교육청과 중앙부처 등도 함께 방위식 공공기관 명칭 변경을 추진해 인천을 특별·광역시 중 방위 명칭이 없는 유일한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오는 2026년 행정체제 개편이 이뤄지면 영종구가 새로 설치되고 중구 내륙과 동구가 제물포구로 통합돼 인천지역 10개 군·구에서 방위 명칭은 서구만 남게 된다.

남동구의 경우 동녘 동(東)이 아닌 고을 동(洞)을 사용하고 있어 방위식 명칭이 아니다.

구(區)제 실시에 따라 50년 동안 사용돼온 남구의 명칭은 2018년 7월 1일 미추홀구로 변경됐다.

남구의 명칭 변경은 기존의 방위식 지명을 주민 의견을 반영해 변경한 첫 사례로 비로소 2000년에 걸친 미추홀국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고장임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행정편의적인 방위식 행정구역 명칭은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식민지 행정 잔재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일제강점기인 1914년 조선총독부는 식민지 통치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정구역의 대폭적인 개편을 시도했다.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 위치 등을 사용해 지명을 변경하면서 한국 고유의 자치성과 공동체성을 파괴했다.

행정구역의 명칭은 해당 지역의 지리적 사회문화적 배경 등을 나타내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소속감, 일체감,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외부인에게는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작용도 하기 때문에 행정구역(혹은 지역) 명칭이 갖는 다중적 의미를 방위개념 명칭이 담아내기란 역부족이다.

장소 브랜딩, 도시 브랜드, 브랜드 네이밍 등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접어들면서 도시발전 전략으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자체 행정구역 명칭도 중요한 브랜드 가치를 지니는 실체가 됐고 도시브랜드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관광객이나 기업 및 투자유치를 통해 도시의 경제적 발전과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인천시 남구는 2018년 비류백제 전설 등을 토대로 미추홀구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인천 역사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자치단체 명칭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가치자원이 될 수 있다”며 “서구의 새 브랜드는 인천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과 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인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이현준 기자 chungsongha@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