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주, 하이브 사태에 ‘인적 리스크’ 재부각

하이브, 산하 레이블 겸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경영진과 ‘내홍’ 심화
업계 ‘악재’ 여파에…엔터업종 지수 추종 ETF 상품 수익률도 ‘마이너스’
“센티멘털 훼손, 업종 불확시성 키웠다”

기사승인 2024-04-26 06: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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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주, 하이브 사태에 ‘인적 리스크’ 재부각
하이브 사옥. 사진=임형택 기자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종목인 하이브 주가가 대형 악재로 추락했다. 산하 레이블이자 인기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격화된 영향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엔터업계의 ‘인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 신뢰가 저하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이브 주가는 21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 2월말 19만9100원(종가)에서 이달 19일 22만8500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경영 갈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22일 7.8% 급락해 상승분을 대폭 반납했다.
 
이같은 주가 폭락은 국내 대표 엔터종목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하락세로 이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POP포커스’ ETF 상품은 지난 1월30일 8465원에 상장된 이후 등락을 이어왔으나 전날 종가 기준 8265원으로 2.36% 떨어진 상태다. ETF에 포함된 엔터종목 중 시가총액기준 구성비중이 2위(25.68%)에 해당하는 하이브 주가가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하이브의 주가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이유는 내홍 문제의 여파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과 더불어 기업 내 핵심 정보 및 사업·인사상 기밀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게 하이브 측 주장이다. 하이브는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이에 민 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입장을 밝혔다. 민 대표는 "경영권 찬탈 계획도, 의도도, 실행한 적도 없다"며 "내가 하이브를 배신한 게 아니라 하이브가 날 배신한 것이다. 이용할 만큼 이용해 먹고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증권가는 하이브의 아티스트 라인업 중 뉴진스가 배제돼도 실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 뉴진스 활동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1개 앨범(하반기 정규) 발매 차질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실적 영향은 10% 미만으로 평가됐다. 

다만 민 대표가 해임될 경우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민희진 없는 뉴진스의 퍼포먼스에 대한 확인 과정 중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엔터업종 전반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터업종의 고질적 문제인 ‘인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여타 엔터주의 주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터주 주가 흐름은 소속 아티스트의 행보 등 인적 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며 “리스크의 확대는 투자자의 투자 심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엔터업계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도 리스크로 평가된다.  멀티 레이블이란 각 조직의 독립성과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아티스트를 구축해 성장세를 꾀하는 방식을 뜻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민 대표가 IP 콘텐츠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멀티 레이블 확장성, 그리고 멀티 레이블 자체에 대한 존재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며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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