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강대강’ 행보에 전 임원도 손사래…“지나친 독선”

기사승인 2024-06-25 11: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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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강대강’ 행보에 전 임원도 손사래…“지나친 독선”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나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의사들이 살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무기한 휴진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의료계의 반발을 산 가운데 의협 전 임원진도 현 집행부가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의협은 일단 휴진을 접고 단일 소통 창구를 통해 향후 투쟁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 전체를 아우르며 의정 갈등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정부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전개하겠다던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의협은 2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각자의 준비를 마치는 대로 휴진 투쟁에 동참해나갈 것”이라며 “이후의 투쟁은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2차 회의의 결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무기한 휴진 발표 직후 시·도의사회를 비롯한 산하단체로부터 숙의를 거치지 않은 집행부의 단독 결정이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 의사회장들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독단적 결정에 분개하며 집행부와 선을 긋고 나섰다. 이후 의협은 지난 20일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특위를 출범시키며 조직을 정비했다. 현재 올특위는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과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동 위원장 자리엔 전공의 대표도 포함돼 있지만 여전히 공석이다. 전공의·의대생 대표는 올특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의협은 사직 전공의들을 집행부에 합류시켰다. 임진수 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을 기획이사에, 이동형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과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를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임 기획이사는 올특위 간사로도 활동한다.

임 회장은 올특위에 위원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지역 의사회장과 전공의 대표 등과의 갈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임 회장의 입은 많은 논란을 불렀다. 그는 지난 8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사를 두고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발언해 뭇매를 맞았다. 지난달엔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 집행을 막아달라는 항고심에서 법원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담당 부장판사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정부 측에 회유 당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협을 향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의협 집행부 교체와 단체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임 회장은 20일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의협회관과 대전시의사회 사무실 등에 조사관을 파견해 의료계 전면 휴진 및 총궐기대회에서 강요가 있었는지 입증할 자료를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000년 의약분업 파업과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에도 의협에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의정 갈등이 넉 달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에서 의협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의협 전 임원마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의협 집행부에서 일했던 A임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임 집행부가 시·도의사회와 대의원, 여러 유관 단체의 의견을 지나치게 묻고 의견이 일치되거나 다수결이 나와야 움직였다면, 이번 집행부는 상의 없이 혼자 독선적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지탄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데 합의도 안 된 내용을 끌고 가겠다고 선언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어떻게 믿고 따라갈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많은 의사 직역 단체를 어우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A임원은 “일종의 카리스마 리더쉽이라면 ‘죽어도 벼랑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여러 단체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사진은 이전 전국의사총연합 집행부에서 문제가 있던 사람들을 그대로 임용해서 쓰고 있다. 누가 그들을 신뢰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임 회장이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A임원은 “회장이라는 사람이 말의 무게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말의 무게를 안다면 사회적 파장이 일만 한 말을 조금은 가려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