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사태에 환자도 의사도 상처…“올바른 길 찾아야”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기념회 개최
“지속 가능한 새로운 진료 형태 고민해야”
서울의대, 의사 수 추계 자료 수집 진행

기사승인 2024-07-04 0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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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사태에 환자도 의사도 상처…“올바른 길 찾아야”
3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전국연합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사진=신대현 기자

5개월째 이어지는 의료공백 상황에서 의사도, 환자도 상처받고 있다. 의사들은 악마, 돈벌레 등으로 매도되고, 환자는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키운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전국연합회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 기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책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에 관한 의견을 공모해 수상작을 엮은 것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이번 계기를 통해 의료계가 대한민국 의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고, 정부는 의료계를 적이 아닌 개혁을 위한 동료로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희생이 안타깝다. 의료계는 이번 계기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가 20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증원 숫자를 밀어붙이면서 지하철 옥외광고판, 텔레비전 등을 이용해 의료계를 매도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를 굴복시켜야 하는 적으로 여기고 이겨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사태가 벌어진지 5개월이나 지났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여 암담할 뿐”이라며 “긴 터널 안을 빠져나가듯 올바른 의료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의료인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국민과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황규석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상처 입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과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황 회장은 “병상에서 힘들어하고 빨리 치료받고 싶어 하는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 전공의들은 지금이라도 돌아와서 환자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이 바라는 건 돈이 아니다. 명예와 감사함이면 된다. 국민들의 마음이 담긴 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의사들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현재 남아있는 전문의 인력의 번아웃이 심각하다”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전공의들의 복귀밖에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후 수술과 진료를 대거 축소하며 대응해왔지만, 현 상황이 더 길어질 경우 지속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진료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 교수는 “사태가 더 길어지면 다른 방식의 진료 형태를 가져가지 않는 한 현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전체적인 휴진 방식이 아닌 중증과 희귀질환 등 서울대병원에서 반드시 진료받아야 하는 환자들 위주로 진료를 보는 형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사태 해결을 바라는 건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환자단체 대표는 “환자들은 병으로 인한 죽음이 두렵다. 환자와 의료진은 손을 꼭 붙잡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환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돕는 일에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는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하기 위한 자료 수집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유관기관으로부터 건강보험과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 보건의료 인력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받아 의사 수 추계를 위한 표준 데이터셋을 마련할 계획이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관련 자료는 국내에 필요한 적정 의사 수를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정책을 집행하는 세 축이 함께 대한민국 의료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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