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대통령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 철회

강경보수파 설득 실패, 임기초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 타격 분석

기사승인 2017-03-25 09: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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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송병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 1호로 입법을 추진해왔던 일명 ‘트럼프케어’ 건강보험 관련 법안이 공화당 내 이견조율 실패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4일 트럼프케어(AHCA)에 대한 하원의 표결이 시작되기 전 이를 전격 철회했다.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 철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의 독대 후 전격으로 결정됐다. 라이언 의장은 표결 직전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반 지지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표결을 강행해봤자 부결될 것이 뻔한 만큼 자진철회를 권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예정됐던 하원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내 이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24일로 표결이 연기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표결에 실패하면 오바마케어를 존치하겠다”며 사실상 공화당 의원들에게 최후 통첩 성격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구 여당인 공화당 내 반대파 설득해 실패하면서 트럼프케어 처리에 필요한 과반 216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자신이 추진한 첫 행정명령의 입법이 좌절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데다가 오바마 도청 주장이 허위로 판명 나고 자신의 핵심 측근들과 러시아 당국 간의 부적절 접촉 의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전방위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은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큰 타격”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케어 처리를 위한 과반을 거의 확보했으나 일부 미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표결을 시도할지 등 향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단 이번 안건은 물 건너간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트럼프케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정책인 오바마케어의 대체법안이다. 트럼프케어는 건강보험 가입을 법적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개인과 고용주에 모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전국민 의무 가입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로, 강경파와 온건파 양쪽으로부터 모두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공화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프리덤 코커스 측 의원들은 무늬만 폐지라는 비판을 해 왔고, 중도 성향인 화요 모임 소속 의원들은 무보험자 증가를 우려하며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다.

표결 철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ACA)’는 곧 폭발할 것”이라며 “우리는 (트럼프케어 통과 조건인 과반에) 거의 근접했었다. 아주 근소한 차이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지지는 없었다. 민주당에서는 (찬성)표가 전혀 없었다. 이번 싸움의 패자는 오바마케어를 안고 있는 (민주당 하원, 상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와 척 슈머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오바마케어가 (여러 문제점 때문에) 폭발하면, 곧 폭발할 것인데 그때 그들이 우리와 협력하면 우리는 진짜 훌륭한 건강보험법안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부분에 관해 완전히 열려 있다”면서 민주당과의 대화와 타협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64일 안에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대체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트럼프케어 추진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면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 대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했다. 나는 공화당의 그 누구에 대해서도 나쁘게 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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