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 넘었다'…폭염에 속수무책 지하철 지상 역사

기사승인 2018-08-0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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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최고 기온이 경신 되고 있다. 폭염의 기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하철 지상 승강장도 마찬가지다.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의중앙선 옥수역 문산행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앉지 않았다. 승강장 내 의자가 창문 앞에 배치된 탓이다. 직사광선은 그대로 의자에 쏟아진다. 이날 낮 12시 기준 옥수역이 위치한 서울 성동구의 기온은 38도. 같은 시간 역사 내 온도는 43.8도까지 올랐다. 

같은 날 경의중앙선 이촌역은 오후 12시30분 기준, 39도를 기록했다. 승강장 내 그늘은 찾기 힘들었다. 승객들은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지하 대합실에 모였다. 

옥수역을 자주 이용하는 김지민(23‧여)씨는 “스크린 도어가 열리는 순간 달궈진 돌 위에 발을 내딛는 기분이었다”면서 “역사가 야외보다 더 더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촌역에서 만난 이상엽(26)씨는 “햇볕이 강한 날에는 계단 손잡이가 너무 뜨거워 잡을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폭염은 역사 내 자영업자들의 생업을 위협하기도 한다. 경의중앙선 용산역 승강장 스낵코너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박모(62)씨는 “더위 때문에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박씨와 교대 근무하던 직원들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휴가를 떠났다. 박씨는 “에어컨이 있지만, 날이 더워 실외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더운 바람만 나온다”며 힘들어했다.

경의중앙선 전체 역사는 55개다. 이 가운데 지상 승강장은 50여개에 달한다. 경의중앙선 배차 간격은 용산에서 청량리·용문 방면행 기준 최소 7분에서 최대 29분이다. 다른 노선의 지하철 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더위에 지친 승객들의 고충은 배가 된다.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놓인 지상 역사는 많다. 당산역 2호선과 9호선 사이 환승 통로에 위치한 빵집 사정도 마찬가지다. 통로를 따라 들어온 열기가 집중된 이곳 온도는 오후 4시20분 38도를 넘었다. 무더운 날씨와 내부 기온 탓에 빵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 빵집 앞을 지나던 이하영(22‧여)씨는 “이 빵집을 자주 이용하는데, 역사 안이 더워서 그런지 먹고 싶다가도 입맛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43도 넘었다'…폭염에 속수무책 지하철 지상 역사지상 승강장이 이토록 더위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승강장 구조가 한몫을 한다. 경의중앙선 이촌역은 승강장 사방이 뚫려있어 외부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천장이 있지만, 햇볕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스크린도어에 가까이 서 있으면 따가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승강장 옆에는 차도도 있다. 차량이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진다. 원통형 모양의 3호선 옥수역 승강장은 천장이 통유리로 막혀있다. 들어오는 열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는 셈이다. 폭염 대비 냉방 시설도 부족하다. 3호선 옥수역에 비치된 송풍기마저 고장 날 경우 역 안의 온도는 더욱 상승한다.

문제는 역대급 폭염이 올해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립기상과학연구원은 오는 2030년대에는 여름이 5월부터 9월까지 길어지는 데다 40도 폭염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상 역사에 폭염을 대비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측은 1일 “지상 승강장이 더위에 취약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폭염을 대비하기 위한 시설 보완은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규희 인턴기자 gh70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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