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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뱃고동 울린 삼성중공업, 잇단 수주의 우울한 이면

뱃고동 울린 삼성중공업, 잇단 수주의 우울한 이면

임중권 기자입력 : 2019.05.10 05:00:00 | 수정 : 2019.05.09 18:16:46

최근 삼성중공업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6척 중 8척을 잇달아 수주하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렸다. 지난달에는 1조원대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수주하며 올해 초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가 천명한 ‘흑자전환의 원년’이 비로소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어진 국제유가 고공 행진 덕택에 지난해 유가가 폭락하면서 연기된 7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아람코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 베트남 블록B 플랫폼 프로젝트, 캐나다 키스파 프로젝트 등 해양 프로젝트 수주가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7년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 실적 절반이 해양 부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수주가 재개된다면 회사가 강점을 지닌 만큼 추가 수주를 따낼 수 있다는 희망에 찬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처럼 잇단 수주 행진과 대외적 여건 역시 나쁘지 않지만, 수주 행진의 이면은 침통하다. 과거 수주절벽의 여파로 한국 조선업의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을 비롯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감내해온 삼성중공업의 근로자들이 사고로 번번이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0시4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내 해양조립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노동자 A(58) 씨가 H빔 자제에 머리를 부딪쳐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3일에는 오전 11시20분께 헬리데크 작업장에서 크레인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B(44)씨가 크레인 연결고리에 얼굴 부위를 부딪쳐 크게 다쳤다.

이러한 상황에 삼성중공업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회사의 이런 입장은 공허하기만 하다.

물론 건설현장을 비롯한 중형 건설기계가 동원되는 현장의 죽음은 노동자들끼리도 자조 섞인 말로 운으로 치부될 정도로 종종 일어난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앞서 설명한 사고와 흡사한 타워크레인 상승·설치·해체 작업 중 사망사고 26건에 사망자는 33명에 달했다.

작업상 사망사고는 자료에서 보듯 삼성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라면 과거 개발시대부터 켜켜이 쌓여온 산업계의 인명 경시 문화가 아닐까? 물론 삼성중공업은 도의적 책임이 분명히 있다.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노동절에도 거제조선소 내 선박건조 현장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지브크레인이 충돌해 크레인 잔해가 인근에 마련됐던 노동자 휴게실과 화장실을 덮쳐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017년 사건과 관련 삼성중공업은 최근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이달초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 유아람 부장판사는 “삼성중공업의 안전책임자가 모든 개별 현장에서 규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지는지 주의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과실죄, 안전조치 의무‧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현재 이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은 물론 하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의견과 각계각층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일은 사법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사고는 진상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다. 결국 삼성중공업에 무조건적 비난을 하긴 어렵다.

어쩌면 잇단 사건사고에서 삼성중공업에 법적 책임이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업장 근로자가 살아서 퇴근하게 하는 것이 삼성중공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道理)다. 사자(死者)에게 ‘흑자전환의 원년’은 무의미하다.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이 올해 ‘안전 사업장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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