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초 시설 공사한다며 ‘항일의병 의적비’ 홀대

입력 2019-10-24 16: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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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초 시설 공사한다며 ‘항일의병 의적비’ 홀대

전북 순창초등학교가 무용실 개축 등 시설 공사를 진행하면서 ‘순창 항일의병 의적비’를 무방비로 방치해 학교 동문과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인데다, 일본의 경제도발로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도 순창의 대표적인 항일의병투쟁 역사를 기록한 기념비가 홀대받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4일 순창초등학교에 따르면 학교 시설물 공사는 다음달 8일 완공 예정으로, 무용실 개국 공사와 함께 유치원 지붕수선 등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학교 시설물 공사장 바로 옆에 자리한 순창 항일의병 의적비가 공사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진과 공사설비 등에 훼손될 우려가 커서 지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제 기자가 찾은 공사현장과 의적비 사이의 이격거리는 1m도 안 되는 지척에 위치해 공사 중 훼손 우려가 커 보였다. 

순창 항일의병 의적비는 일제의 강압으로 이뤄진 을사늑약에 항거해 이듬해인 1906년 면암 최익현, 돈헌 임병찬 의병장 등 13인의 의사가 의병 투쟁을 결의, 순창객사에서 체포된 역사적 의미를 기려 지난 1985년 세위진 기념비다.

순창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앞에 있는 놀이터에 세워진 의적비에는 일제의 강탈 야욕에 맞서 도끼를 메고 상소했던 면암 최익현의 의로운 기개와 항일 의병투쟁을 함께 한 13의사의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호남의병의 의로운 기개와 애국혼을 기념해 세운 항일의병 의적비가 학교 시설물 공사장에 무방비로 방치돼 훼손 우려에 처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다.

이에 순창초 관계자는 “공사 착공 단계부터 의적비 이전을 고려했지만 공간이 협소하고 기술적으로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했다”며 “공사를 모두 마무리 할 때까지 의적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신경 써서 보존하고, 의적비를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순창=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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