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신성록이 ‘카이로스’ 김서진을 선택한 이유

인세현 / 기사승인 : 2020-12-30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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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우 신성록. HB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이렇게 진행이 된다고? 엔딩이 이렇게 마무리된다고?” MBC 드라마 ‘카이로스’ 종영 후 서면으로 만난 배우 신성록은 처음 이 작품의 대본을 접했을 때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독특한 형식과 짜임새 있는 구조가 돋보이는 대본이 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이다. 그는 “이후로 진행되는 부분이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진행됐는데, 이해가 잘됐다”면서 “계속 흥미가 생기는 대본 덕분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보는 순간 ‘이 작품 꼭 해야겠다,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죠. 장르물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갈망하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라 더욱 애착이 가기도 했고요.”

‘카이로스’는 타임크로싱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극이다. 한 달 간격을 두고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와 김서진(신성록)이 각자의 가족을 구하고자 하루 중 단 1분간 전화로 공조를 펼치며 운명과 맞서는 내용이다. 신성록은 이 작품에서 한순간 배우자와 아이를 한 번에 잃는 사건을 겪고, 이를 되돌리고자 고군분투하는 김서진을 연기했다. 하지만 김서진은 단 한 줄의 소개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인물의 선택에 따라 미래 사건의 유무가 갈렸고, 인물들은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서진은 이러한 변화폭이 가장 큰 캐릭터였다.

“김서진을 연기하면서는 단편적인 인물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 외에도 극 안에서의 여러 상황, 과거와 미래가지 신경 써야 했어요. 굉장히 다양한 요소를 생각하면서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기회였죠. 이런 캐릭터를 접하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제 연기 인생의 ‘인생작’으로 남을 만한 드라마고요. 저는 서진을 내면이 단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 붕괴된 건물에서 오랫동안 갇혔다가 구조된 트라우마를 딛고 성공하기 위해 냉철하고 단단하게 살아 온 인물이요. 하지만 그런 서진도 가족을 잃자 흔들리고 무너지죠. 이런 모습들을 거의 1인2역 하듯이 보여줄 수 있었던 작업이라 신기했고 즐거웠어요.”

▲사진=배우 신성록. HB엔터테인먼트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를 묻자 “매회 엔딩이 명장면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다음이 기대되는 엔딩 장면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신성록은 그중에서도 특히 7회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죽은 줄 알았던 배우자와 딸이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서도균(안보현)과 함께 있는 것을 목도한 후 서진의 표정이 점차 변화하는 그 장면이다. 

“그 장면이 서진의 입장에선 어쩌면 고난의 끝이지 않았나 싶어요. 대사는 워낙 많은 대사들이 좋았던 덕분에 한 부분만 명대사로 꼽기 어렵네요.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호흡을 맞춘 이세영 배우와 상황상 통화로만 연결되다 보니, 중반까지 서로 만나지 못했던 일이에요. 감정적으로 절절하고 급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화 통화로만 표현해야 했죠. 저 또한 연기하면서 처음 겪어 본 경험이라 기억에 남네요.”

▲사진=배우 신성록. HB엔터테인먼트

복잡한 구조와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는 전개 때문에 시청자의 중간 유입이 쉽지 않은 작품이었고, 시청률도 큰 폭으로 상승하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카이로스'와 함께한 시청자들 사이에선 극본과 연출, 그리고 출연진의 연기 삼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수작이라는 평이 줄을 이었다. 신성록은 이번 드라마를 하며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주변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웰메이드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주변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 이때까지 함께 작업했던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너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배우가 늘 하고 싶은 작품, 마음에 드는 작품만을 할 수 없고 어떤 작품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이 매번 옳고 사랑받을 수 있는 건 아녜요. 다만 ‘카이로스’의 경우에는 제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감개무량하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연기뿐 아니라 촬영이나 조명, 음악 등 여러 분야에 대한 호평도 고르게 있어 참 좋았습니다.”

쉽지 않은 작품을 호평 속에서 마무리한 신성록의 감회는 남달라 보였다. 약 6개월 동안 집중했던 작품을 마친 신성록은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작품이라서 ‘카이로스’를 떠나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배우들이 모든 것을 다 바쳐 열심히 연기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요. 동료 배우들에게 고마워요. 그리고 박승우 PD, 성치욱 PD, 이소연 작가가 잊지 못할 저의 인생작을 함께 만들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언젠간 이분들과 꼭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로 고맙고 감사한 작업이었습니다. 끝까지 ‘카이로스’를 놓지 않고 시청해주시고 좋은 평가 해준 분들에게도 감사해요.”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