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00% 에너지 자립 주택을 찾아서

조계원 / 기사승인 : 2021-02-27 06: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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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에 성큼 다가온 친환경 에너지 자립 주택
이지하우스부터 위버필드까지 자립 주택 속속 등장
고층아파트·비용·이미 완공된 건물, 풀어야할 숙제

▲제로에너지 건축에 적용되는 기술등 /사진=제로에너지빌딩 홈페이비 캡처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테슬라에 이어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차가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면서 사회에 충격을 선사했다. 내연 자동차의 종말과 함께 친환경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 영향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자동차 분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분야가 주택이다. 주택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주택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고 사용하는 에너지 자립주택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노원구에 위치한 이지하우스는 건물 외벽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100% 자립주택 이지하우스 변화를 알리다

에너지 100% 자립주택을 향한 변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선언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파리협정 재가입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다만 이러한 주택의 변화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경제성장과 함께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상기후 현상과 함께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축물 부분의 에너지 감축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에너지 자립 주택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제1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이 발표된 2014년 12월부터다. 정부가 당시 에너지 자립율이 최소 20%를 넘어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의무화시기를 못 박으면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당시 착공을 시작해 2017년 완공된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노원 이지하우스는 에너지 자립주택이 일반 국민들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 보여줬다.

제로에너지 건축의 핵심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다. 이지하우스는 121가구 규모의 아파트형 공동주택 3개동과 합벽·연립주택 5개동을 건설됐다. 건물 옥상과 외벽에 전기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지열을 통해 온수와 난방을 해결한다. 또한 발코니의 열 차단 설비와 열회수형 환기장치 등을 통해 내부 열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했다. 이에 이지하우스는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 등 5개 에너지소비량을 100% 자체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됐다.


▲ ‘과천 위버필드’의 주민공동시설은 지난해 제로건출물 인증 1등급을 받았다. 특징으로는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지 않고, 주변 고층부 아파트 옥상에 설피된 태양광 패널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아직까지 제로건춛물인증 1등급 보인증을 받은 곳은 단 4곳에 불과하다. 

제로에너지 인증제 도입…'과천 위버필드' 자립율 158% 달성

에너지자립을 위한 노력은 최근 민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2017년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민간의 움직임을 부채질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는 건축물의 에너지자립율에 따라 1~5등급까지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부여하고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에너지자립률 100%를 달성하면 1등급(1+++)이 부여되며 1등급에 대해서는 용적률 및 건축물의 높이 등 건축규제가 최대 15%까지 경감된다. 여기에 취득세 최대 15% 감면,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 20% 상향, 신·재생에너지 설치보조금 우선지원, 주택건설사업 기반시설 기부채납률 최대 15% 경감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반대로 최소 20%의 자립율을 달성해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등급을 받은 민간 건물이 등장했다. 태양광 모듈 총 988장이 외벽과 지붕에 부착된 LG전자의 ‘씽큐 홈’과 SK건설이 민간 아파트 한 복판에 선보인 ‘과천 위버필드’의 주민공동시설(게스트하우스, 북카페)이다. 특히 과천 위버필드의 주민공동시설은 에너지자립율이 158.4%에 달한다.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가 더 많다는 의미다.

과천 위버필드의 주민공동시설은 지상 2층, 연면적 약 513m 규모로 주변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68kWp의 태양광 설비로부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내부는 고단열·고기밀 창호, LED조명,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건물 내 에너지 정보를 분석해 효율성을 개선하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도 설치돼 있다.

▲박막형 태양광 전지가 설치된 서울 종로의 94빌딩. /사진=조계원 기자

리지 않는 숙제 ‘고층 아파트’…BIPV에서 해법 모색

100% 에너지 자립 건물이 속속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넘지 못한 한계도 있다. 최근 집값이 치솟고 있는 고층 아파트다. 정부는 현대건설과 함께 송도에 제로에너지 시범단지로 ‘힐스테이트 레이크’를 선보였다. 하지만 에너지자립율은 23.7%에 불과했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세대수가 많아 소비하는 에너지가 많은 반면 에너지 생산에 주로 이용되는 태양광 패널을 부착할 공간은 한정된 영향이다. 이에 그간 제로에너지 건축을 적용한 공동주택은 모두 7층 이하였다.

그렇다고 고층 아파트가 못 넘을 산은 아니다. 건설업계는 건물일체형 태양광 시스템(BIPV)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은 태양전지를 건물의 외장재로 사용해 기존 태양광 시스템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방식이다. 옥상이나 발코니에 설치하는 기존 태양광 패널의 한계를 벗어나 박막형 필름을 창호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주로 활용된다. 앞서 제로에너지 1등급 획득에 성공한 SK건설이 ‘창문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BIPV는 주변 빌딩에서 실증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종로구에 위치한 94빌딩, 여의도 경제인연합회 빌딩 등의 유리창에 박막형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다. BIPV는 미세먼지나 탄소배출 걱정이 없는 친환경에너지 발전시스템으로 전기요금 절감 등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도시 미관까지 살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제로에너지건축에 소요되는 많은 비용과 이미 지어진 건축물의 에너지 자립 문제도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5년부터는 3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도 제로건축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이는 곧 건축비용의 증가를 뜻하고, 아파트 분양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완공된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에너지 자립율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