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학’ 박지후 “열정, 두려움 모두 커졌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2-10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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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학’ 박지후 “열정, 두려움 모두 커졌다”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남온조를 연기한 배우 박지후. 넷플릭스

배우 박지후는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자신이 연기한 남온조를 오은영 박사와 비교한 시청자 반응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승부가 아닌 화해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온조가 오 박사와 똑 닮았다고 느껴서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효산고등학교에서 온조는 방패 같은 인물이었다. 무너지는 친구들을 절망에서 건져내고, 슬며시 피어나는 의심을 우정으로 막았다. 어른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야 한다며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았다. 하지만 온조는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누구 하나 희생하는 거 하지 말자”고 애원했다. 어른들은 ‘좀비 없는 세상’에 안도했지만, 온조는 바로 그 세상을 위해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았다.

“온조는 따뜻한 아이예요. 자기가 힘들 때도 친구들을 위로하고, 희생된 사람을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며 위기를 극복해가잖아요.” 8일 화상으로 만난 박지후는 이렇게 말했다. “원래 온조는 사랑과 우정만을 바라보는, 마냥 해맑은 고등학생이었어요. 좀비 사태를 겪으면서 예전의 평범함을 잃었겠죠. 다만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얻고 단단한 내면을 가진 친구로 성장했을 거라고 봐요.” 작품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도 박지후에게 ‘첫 회와 마지막 회 온조의 모습이 다르게 표현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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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 속 박지후. 넷플릭스

박지후는 오디션을 거쳐 ‘지금 우리 학교는’에 합류했다. 오디션 때는 이나연(이유미)도 연기했지만 어떤 역할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느냐는 감독 질문에 주저 없이 온조를 택했다고 한다. “나연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용기가 부족”했던 데다 “허당 같은 면모와 털털한 온조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서다. 촬영 당시 온조와 동갑이었던 박지후는 주인공들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저절로 눈물이 났다”며 “친구들과 똘똘 뭉쳐 살아남으려던 모습, 스스로 희생하려는 친구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특히 공감 갔다”고 돌아봤다. 촬영 당시엔 기념품으로 받은 이름표를 배우들끼리 나눠 가질 만큼 동료들과 절친한 사이가 됐다.

“10회 체육관 장면에서 준영(안승균)이가 ‘집에 가자’고 외친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현장에선 소음이 심해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했는데, 작품을 보니 울부짖듯 대사를 뱉었더라고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사라 울컥했어요. 청산(윤찬영)이에게 이름표를 주는 장면을 찍을 땐 배우들과 감독님, 스태프 분들 모두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나요. 친구들과 옥상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속 얘기를 나누는 장면, 좀비로 변하려던 남라(조이현)를 막는 장면, 캠코더로 메시지를 남기던 장면 등 잊지 못할 순간이 많아요.”

‘지우학’ 박지후 “열정, 두려움 모두 커졌다” [쿠키인터뷰]
박지후. 넷플릭스

대구에서 나고 자란 박지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길거리에서 연기학원 선생님 눈에 들어 연기를 시작했다. 단편영화 ‘나만 없는 집’(감독 김현정)에 출연하며 연기에 흥미를 붙이다가, 2019년 개봉한 ‘벌새’(감독 김보라)를 통해 ‘내 길은 배우’라고 뜻을 굳혔다. 이 작품으로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등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탔다. 서울로 올라와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며 작품 활동에 박차를 더할 수도 있었지만, 박지후는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친구들을 두고 떠나기 싫었어요.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학업과 활동을 병행했죠. 후회는 없어요. 뼈 빠지도록 추억을 남겼거든요.”

그가 겪은 보통의 일상은 연기에도 보탬이 됐다. 박지후는 “온조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실제 학교생활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대입해서 생각하니 훨씬 몰입이 쉬웠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올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이창선을 연기한 윤찬영과 동문이다. 박지후는 “대학 생활이 어떨지 기대가 크다. 운전면허도 빨리 따고 싶다”며 웃었다. 후속작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와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영화는 촬영을 마쳤고 드라마는 한창 찍는 중이다. 두 작품 모두 대작으로 주목받지만 박지후는 차분했다. “부담이 없지 않지만, 부담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하면서 연기 열정과 욕심, 불안함이 모두 커졌어요. 온조는 작품을 이끄는 화자고, 여러 감정을 겪는 당사자기도 하잖아요.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과 ‘잘해낸 걸까’라는 불안함이 교차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제겐 더욱 의미 있어요. 그 모든 감정 덕분에 저도 더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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