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두고 운영위 격돌…與 “공수처 먼저” 野 “증거인멸”

‘대통령 격노설’ 두고 여야 공방
野 “02-800-7070 사용 주체 밝혀라”
與 “격노 실체 없어…특검은 野의 정권 찬탈 노림수”
대통령실 “번호는 기밀사항…위법 특검 거부권 행사해야”

기사승인 2024-07-01 18: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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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두고 운영위 격돌…與 “공수처 먼저” 野 “증거인멸”
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

여야는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 격노설’ 진위를 추궁하며 특검법 도입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실체 없는 격노로 정치 공세를 한다며 공수처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1일 국회에서 첫 전체 회의를 열고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현안 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 등 핵심 참모들이 자리했다. 

야당은 이날 출석한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상으로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격노설’과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집중 질의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31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유선전화 ‘02-800-7070’의 사용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추 의원은 “수사외압 의혹의 진원지에 대해 먼저 확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초”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대통령실 유선전화인 02-800-7070의 사용 주체가 이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외압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전 장관이 당시 해당 번호와 통화 직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수사 기록을 회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해당 번호로 전화 직후 일이 일사천리였다. 이상하지 않냐”고 거들었다. 또 문제의 통화 이후 대통령실 전화 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재배치한 것이 확인될 경우 ‘증거 인멸’”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정진석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각각 비서실과 안보실의 번호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번호 주인에 대해선 기밀 사항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전화 회선 재배치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시로 전화 설치 및 철거를 하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 압박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주장했던 분들의 자기 부정”이라며 “공수처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채상병 순직 사건이) 특검을 할 정도의 문제냐. 대통령이 격노하면 특검을 하는 것이냐”며 “민주당은 비극적인 사건을 왜 정쟁으로 몰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과거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여권의 대장동 특검 공세에 ‘수사를 하며 시간을 끄는 것은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다’라고 발언한 것을 인용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격노’의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통화 기록이 있을 수 있고 일이 많으면 통화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격노의 통화 내용 있나”라며 “마치 김건희 여사의 아는 사람을 엮어서,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아주 소설을 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은 “민주당이 계속 채상병 특검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대통령 혐오를 조성해 정권 찬탈을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대통령실에 계시는 분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채 상병의 희생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측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차 내놨다. 또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건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비서실장은 “공수처·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미흡하고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특검을 발의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덧붙였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