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이상거래…잊어선 안될 금융사고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07-30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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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이상거래…잊어선 안될 금융사고 [친절한 쿡기자]
사진=김동운 기자

금융권이 말 그대로 ‘뻥뻥’ 터지고 있습니다. 횡령이라는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 지금 이 ‘친절한 쿡기자’를 작성하는 시점인 29일에도 BNK부산은행에서 15억원을 횡령하다가 적발됐다고 합니다.

횡령이 발생한 업체들은 말 그대로 금융권 전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금융업계라고 자부하는 시중은행에선 수백억원대의 횡령이 발생했죠. 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상호금융조합, 지역협동조합, 자산운용사들에서도 횡령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요. 혹시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파일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총 34개 횡령사고 중 11개가 금융권에서 일어났습니다. 전체의 3분의 1 가량이 제가 잘 알고있는 금융사들에게서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올해 언론과 미디어에서 금융업계 횡령사고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이목이 집중된 경향이 있습니다만, 금융업권에서 횡령사고는 이전부터 계속 발생했습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횡령·유용 사건은 86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피해규모는 67억6000만원으로 나타났죠.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을 제외했음에도 100여건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횡령도 큰 문제지만 외환 이상거래라는 사고도 터졌습니다.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발생한 이상거래 규모만 4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초 신고됐던 규모인 3조원보다 훨씬 더 큽니다. 금감원에선 두 은행 이외에도 나머지 시중은행에서도 외환거래 이상 정황이 발견됐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횡령한 이들에게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5~39세 금융 사무직군의 평균 연봉은 6368만원으로 단순노무 종사자 평균 연봉이 2995만원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2.1배에 달합니다. 4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종에 속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금융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약 8년간 700억원을 횡령한 은행의 직원은 ▲관리자 직인을 도용하고 ▲공·사문서를 위조했으며 ▲1년간 무단으로 결근하는 대범한 모습을 보였죠. 이 모든 과정을 해당 은행은 ‘몰랐다’는 것이 금감원의 발표입니다. 근본적인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적시하기까지 했죠. 다른 횡령사고 10여개 중 미리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적발한 건수는 절반도 채 안됩니다.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700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금융사를 상대로 금감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11차례의 수시검사와 종합검사를 진행했는데, 단 한 번도 횡령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금융사들과 금융당국은 전체 금융업권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죠.

하지만 금융사와 금융당국 모두 책임을 피하기 힘든 제공자들인데, 이들이 손을 합쳐 ‘잘하겠다’고 해도 의심의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정말 제대로 된 사고방지 방안을 마련하게 하려면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내 피해가 아니니까’라는 마음으로 눈을 돌린다면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2022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금융사고들을 금융소비자들은 잊어선 안됩니다. 이들이 어떤 개선방안과 대책을 내놓는지 지켜보도록 합시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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