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회사와 웃으며 안녕하려면 [이생안망]

기사승인 2022-11-12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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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그래도, 회사와 웃으며 안녕하려면 [이생안망]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사직서에 퇴사 이유를 솔직히 적어도 될까. ‘월급이 적고 일이 많아 그만둔다’고 적으면 회사는 물론 업계의 전설로 기록될 것이다. 불편하게 이별한 직장 상사와 다른 곳에서 다시 마주칠지도 모른다.

입사만큼 퇴사도 신경 쓸 일이 많다. 웃으며 회사를 떠나기 위해선 철저한 예습이 필요하다. 퇴사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사직 통보 시기, 퇴사 절차, 사직서 작성 방법 등 회사와 아름답게 이별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사직 통보,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회사와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퇴사 날짜로부터 30일 전에 사직 통보를 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인수인계와 대체 인력 채용 등을 할 수 있도록 시간 여유를 두는 것이다. 회사에서 사직서 수리를 거부해도, 민법에 따라 사직 통보 후 30일이 지나면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된다.

오늘 사직을 통보하고 당장 내일 퇴사하는 방법도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회사가 노동자에게 해고를 통보할 때 30일 전에 하도록 규정한 조항만 있을 뿐, 노동자가 얼마나 미리 사직을 통보해야 하는 지 기간을 정해두지 않았다. 다만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한 달 전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으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으니 되도록 준수하자.

퇴사 사유,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
구체적인 퇴사 이유를 밝히지 않아도 괜찮다.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한다”고 전하는 걸 추천한다. 과도한 업무, 연봉 불만족, 상사와의 갈등 등 퇴사 사유를 솔직하게 말해도 법적으론 불이익이 없다. 다만 회사를 옮길 때 평판 조회를 하면 전 회사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위험이 있다. 근로기준법 취업방해 금지 조항은 블랙리스트 등 물증이 있어야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

퇴사 사유를 말하고 회사가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사례도 있다. 업계 평판을 나쁘게 해서 취업을 방해하겠다는 등 협박을 받으면, 아직 퇴사 전이니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다.

사직서, 어떻게 써야 할까
사직서는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안전하다. 퇴사를 둘러싼 분쟁이 생겼을 때 사직의사를 전달했다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양식이 없으면, 구직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표준 사직서 양식을 활용해도 좋다.

사직서 문구는 신중히 써야 한다. 퇴사의 법적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순전히 본인이 원해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엔 ‘O월O일자로 사직하려고 하니 승인하여 주십시오’라고 쓰면 된다. ‘사직한다’는 통보 문구를 쓰면 사직서 철회가 어렵다는 점을 기억하자.

퇴사하라는 압박에 못 이겨 사직한다면, 회사의 강요가 있었음을 사직서에 적어야 한다. 나중에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밟을 때 유리한 증거가 쓰인다. 권고사직, 희망퇴직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권고를 받아’, ‘희망퇴직 신청을 위하여’라고 회사가 먼저 사직을 원했다는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

퇴사 업무, 퇴사 전 뭘 챙겨야 할까
[퇴직급여]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1주 평균 15시간 미만을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프리랜서는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만 프리랜서도 업무 내용이나 근무 형태 등이 근로자와 실질적으로 같다면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계약서와 실제 근무 내용을 꼼꼼히 비교해보자.

퇴직급여엔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있다.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한 30일분의 평균 임금을 말한다. 예를 들어 3년 일하고 퇴사하는 경우 대략 3개월치 임금이 지급된다. 고용노동부 퇴직금 계산기를 이용해 퇴직금 예상액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퇴직금은 퇴사 후 14일 이내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회사와 합의해 지급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퇴직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시기는 4월 말이다. 월 근무일이 적을수록 퇴직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2월을 포함한 4월이 가장 좋다. 반대로 근무일이 많은 7~8월을 포함한 9월 퇴사하면 퇴직금이 가장 적다.

[연차수당] 퇴사 전 남은 연차를 확인해야 한다. 1년간 80% 이상 출근했다면 15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1년 미만 근속한 노동자는 1개월 만근한 경우 1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주 평균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용기간 내 연차를 다 쓰지 못했다면 연차수당을 받거나 남은 연차를 소진해야 한다. 이때 연차수당을 받을지, 남은 연차를 소진할지 선택할 수 있다. 원하지 않는데도 회사가 연차수당을 주겠다고 추천하는 건 일종의 편법이니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자. 

[실업급여] 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예외도 존재한다. 자신이 실업급여 대상인지 확인하려면 ‘“저도 실업급여 받을 수 있나요?” [이생안망]’ 기사를 참고하자.

[경력증명서] 경력증명서는 해당 회사에서 근로자 경력사항을 증명해 발급하는 서류다. 이직할 때 꼭 필요하다. 이직하는 회사에서도 직장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증명하는 것보다 경력증명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근무한 회사에서만 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퇴사할 때 넉넉히 받아두자. 회사에서 경력증명서 발급을 거부하는 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행위란 사실을 기억하자.

[원천징수 영수증] 최근 연봉을 증빙하는 서류로 연말정산을 할 때 필요하니 챙겨두자. 국세청 홈택스에선 당해 연도 내역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 1년 전 소득만 증빙 가능하다.

[4대 보험료 퇴직정산] 퇴사할 때 4대 보험을 정산해두는 것이 좋다. 퇴직정산 작업을 통해 보험료를 추가로 공제하거나 환급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퇴사일로부터 14일 이내 자격상실신고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4대보험 계산-직장보험료 모의 계산하기-퇴직(연말)보험료 계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국민연금은 마지막 근무일의 다음날(자격상실일)이 속한 달의 다음달 15일까지 자격상실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10월31일 퇴사했다면 12월15일까지 자격상실신고를 하면 된다.

사직서 철회, 지금도 할 수 있을까
혹시 마음이 바뀌어 사직서를 철회하고 싶을 수 있다. 회사가 사직을 승낙한다는 의사 표시를 아직 하지 않아야 사직서 철회가 가능하다. 만약 사직서 수리 전 유효한 범위 내에서 철회 의사를 밝혔어도 퇴직 처리가 될 수 있다. 이 때는 사직이 아닌 해고가 될 수 있다.

사직서에 적는 내용도 중요하다. ‘사직하겠다’라고 적으면 근로계약 해지 통고로 분류돼 철회가 불가능하다. ‘사직하려 하니 승인해달라’고 적으면 근로계약 해지 청약에 해당돼 사직서를 수리한다는 의사 표시가 회사에 도달하기 전까지 철회할 수 있다. 사직서 철회 의사를 전한 뒤 서면이나 이메일, 문자 등 증거를 남겨두자.

취재 도움=청년유니온, 직장갑질119, 이기선 쿠키미디어 과장.
참고 자료=‘직장인 A씨’(최혜인 저, 봄름)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