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불법 회수’에 수사거부… 유족 “천인공노”

국방부 경찰에 이첩된 서류 불법 회수
박정훈 “정치·정무적 판단 몰라…수사외압”
유족 “천인공노할 일…억장 무너져”

기사승인 2023-08-11 14: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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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장, ‘국방부 불법 회수’에 수사거부… 유족 “천인공노”
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연합뉴스

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국방부의 서류 불법 회수 의혹이 불거졌다. 국방부 검찰단이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11일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 이들은 지난 2일 적법하게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다”며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 조직에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의 순직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또 국가유공자로 예우해 장례를 진행했다. 채 상병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봉안됐다.

박 전 수사단장은 윤 대통령과 국방부의 철저한 수사지시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장례식장에서 여야 국회의원과 국방부 장관도 유가족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또 “존경하는 대통령님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며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정치와 정무적 판단, 수사외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며 “채 상병의 시신 앞에서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국방부 법무관리단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왜 오늘 이 자리까지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한다.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의 태도에 유족의 분노도 터져 나왔다. 채 상병의 할아버지는 전날 우체국을 통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손 편지를 보냈다. 

유족은 편지를 통해 국방부가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을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전 수사단장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건을 두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