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책임 더 크다”…프로축구연맹, 전북·포항전 ‘몰수패 요청’ 기각 [K리그]

지난달 28일 전북-포항전서 서류상 포항에 12명 뛰는 상황 발생
“원인은 심판 책임 영역에서 발생”…1대 1 무승부 결과 그대로 인정

기사승인 2023-11-07 13: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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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책임 더 크다”…프로축구연맹, 전북·포항전 ‘몰수패 요청’ 기각 [K리그]
지난달 28일 전북 현대와 경기 중 교체 과정에 대해 혼선이 생긴 포항 스틸러스.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연맹이 전북 현대의 포항 스틸러스전 결과 정정 요청을 기각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3’ 35라운드 전북과 포항 경기 결과를 포항의 0대 3 몰수패로 정정해야 한다는 전북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경기는 그대로 1대 1 무승부로 기록되며, 포항(승점 60점)과 전북(승점 53점)의 승점도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포항의 경기는 전반 22분경 포항 김용환이 부상으로 필드 밖에서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 포항이 선수 교체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당시 포항은 김용환 대신 신광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교체 아웃 명단을 3번 김용환이 아닌 7번 김인성으로 표기했다. 대기심이 교체 사인을 보낼 때도 7번과 17번의 교체였다. 그런데 포항의 김용환이 밖에 위치한 가운데 신광훈이 그라운드로 들어갔고, 김인성은 계속 경기를 뛰었다.

해당 상황이 6분간 이어진 가운데 전북 벤치에서 항의가 이어지자 심판진은 착오를 인지하고 전반 31분경 김인성을 내보내고 경기를 속행했다.

이에 전북은 지난달 30일 김인성과 신광훈이 K리그 경기규정상 무자격선수에 해당하므로 경기결과가 포항의 0대 3 몰수패로 정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약 1주일이 넘게 심의 과정을 거쳤고 끝내 전북의 이의 제기를 기각했다. 프로축구연맹 측은 “김인성과 신광훈이 동시에 경기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원인은 구단이 아닌 전적으로 심판의 책임 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두 선수가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중 선수를 교체하는 과정은 코칭스태프가 교체 여부와 대상을 결정하고 심판에게 교체를 요청하는 과정과 구단이 요청한 교체 절차를 심판이 수행하는 과정으로 구분된다”면서 “교체 여부와 대상을 결정하고 심판에게 요청하는 과정까지는 구단 책임이고, 교체 절차의 수행은 심판 책임이다”고 덧붙였다.

“심판 책임 더 크다”…프로축구연맹, 전북·포항전 ‘몰수패 요청’ 기각 [K리그]
지난달 28일 전북 현대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선수교체표. 전북 현대

포항이 교체용지에 교체대상선수를 7번 김인성(OUT), 17번 신광훈(IN)으로 적어서 대기심에게 제출하는 과정까지는 경기규칙을 위반한 사항이 없었고, 규칙 위반이라는 결과로 연결될 원인이 발생한 바도 없다.

프로축구여맹은 포항 코칭스태프가 원래 김용환을 의도했으나 김인성으로 잘못 적어낸 것은 내부 의사 문제이고 규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기 규칙 위반은 그 다음 단계인 심판의 교체절차 수행과정에서 발생했다. 7번 김인성을 내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17번 신광훈을 들여보낸 것은 명백한 절차 위반이다.

다만 교체돼 나갈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선수를 내보낸 후 들어올 선수를 들여보내는 절차는 심판 책임으로 이뤄지며 그 과정에 구단이 개입하지 않는다. 심판이 김인성을 내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신광훈이 경기장에 들어간 사실은 심판의 규칙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상황이고 포항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점을 바탕으로 “무자격 선수 출장은 곧바로 몰수패라는 엄중한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무자격선수의 개념에는 ‘구단 스스로의 판단, 즉 구단의 귀책사유로 인해 경기에 출장한 선수’라는 전제가 내재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따라서 포항의 귀책사유가 없는 이 사건에서는 김인성과 신광훈을 무자격선수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거 논란이 됐었던 광주FC 몰수패 사건과 직접적인 비교도 했다.

연맹은 “2021년 광주FC 몰수패의 경우 비록 교체를 허용한 대기심의 잘못이 있었다 하더라도, 당초 그 교체를 결정하고 심판에게 요청한 것은 광주 구단이었으며, 광주 구단 스스로의 판단에 과실이 있었음이 명백했기에 4번째 교체선수를 무자격선수로 판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결정에 참고했던 해외 사례들도 예시로 들었다.

연맹은 “2022년 프라이부르크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중 심판 착오로 교체돼 나가야 할 선수인 킹슬레 코망이 나오지 않아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가 일시적으로 12명이 된 사건에서, 독일축구협회는 프라이부르크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예를 들었다.

또 “2023년 6월 남미축구연맹 코파수다메리카나 조별리그 E조 산토스(브라질) 대 블루밍(볼리비아) 경기에서 선수 교체 실수로 인해 일시적으로 산토스의 선수가 12명이 뛴 사건에서도 몰수패가 선언되지 않았다. 2021년 10월 일본 J2리그 토치기와 오미야 경기에서 선수교체 실수로 일시적으로 오미야의 선수가 12명이 된 사건에서도 몰수패가 선언되지 않고 경기 결과는 그대로 인정된 바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달 31일 해당 경기의 심판진에 대해 심판평가 소위원회를 열고 교체 절차 준수 위반(경기규칙 3조 3항)과 관련해 해당경기를 주재한 심판원 6명 전원에 대해 잔여 시즌 배정을 정지했다. 특히 경기를 주재하면서 해당 규칙의 이행 실패에 대한 책임이 더 큰 주심과 대기심에 대해서는 해당 심판의 내년 활동 무대를 한 단계 강등시키는 사안을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