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상’에 갇힌 K팝 가수들, 빌보드 속내는

기사승인 2023-11-20 15: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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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상’에 갇힌 K팝 가수들, 빌보드 속내는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로 선정된 그룹 뉴진스. PMC/빌보드 뮤직 어워드

2023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20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과 그룹 스트레이 키즈 등 K팝 가수 4팀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나 수상 부문이 K팝 관련 상에 그쳤다. 방탄소년단이 톱 듀오/그룹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다.

이날 빌보드에 따르면 정국(톱 글로벌 K팝 노래), 스트레이 키즈(톱 K팝 음반), 블랙핑크(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 뉴진스(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가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네 부문 모두 K팝 관련 부문으로 올해 신설됐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톱 셀링 송 후보로 올랐고, 뉴진스와 피프티 피프티가 각각 톱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과 톱 듀오/그룹 부문에서 트로피를 노렸으나 세 팀 모두 해당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다.

빌보드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는 이미 지난해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부문을 만들었다. 당시 방탄소년단이 블랙핑크,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와 경합해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다만 이때는 수상이 K팝 부문에만 그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은 페이보릿 팝 듀오/그룹 부문에서도 상을 받았다.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와 MTV 유럽 뮤직 어워즈도 K팝 부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K팝 상’에 갇힌 K팝 가수들, 빌보드 속내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한 그룹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빌보드 뮤직 어워드

해외 유력 음악 시상식이 잇따라 K팝 부문을 신설하자 팬들 사이에선 ‘K팝을 주요 부문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성토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K팝의 영향력을 인정했다는 관측이 많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K팝을 주류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였다면 K팝 가수들을 시상식에 초청하거나 공연 기회를 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빌보드 뮤직 어워드는 올해 뉴진스와 스트레이 키즈에게 축하 공연 무대를 내줬다.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전설적인 디바 머라이어 캐리보다 뒤,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수 모건 월렌 바로 앞 순서로 공연했다. 빌보드 측이 K팝 가수들의 인기와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소속사와 분쟁을 끝내고 복귀한 피프티 피프티 멤버 키나와 한국 록밴드 더 로즈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전날 열린 파티에 초청받기도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K팝 부문이 없었다면 K팝 가수들의 수상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짚었다. 그만큼 히트한 노래나 강한 인상을 남긴 가수가 없었다는 평가다. 정 평론가는 “주최 측도 인기 높은 K팝을 놓치지 않으려 K팝 부문을 신설하고 K팝 가수들을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가수 입장에서도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으니 ‘윈-윈’인 셈”이라며 “‘다이너마이트’ 같은 메가 히트곡이 나오면 K팝 부문 으로만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K팝 부문 신설은) K팝이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는 신호라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해 미국 시장에서 K팝이 부진했다. 음악적인 성취가 있어야 주요 부문 수상이 가능하겠다”고 진단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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