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각인하고 입대해야죠”…‘캐리 모드’ 임동혁의 원동력은 [V리그]

기사승인 2024-01-05 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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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각인하고 입대해야죠”…‘캐리 모드’ 임동혁의 원동력은 [V리그]
득점 후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대한항공의 임동혁(왼쪽). 한국배구연맹(KOVO)

대한항공의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의 경기력은 최근 날이 서 있다. 외국인 선수가 주로 맡는 포지션인 아포짓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우리카드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22 25-14 25-16)으로 승리했다. 앞선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던 대한항공은 우리카드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2연패에 빠져있던 대한항공은 오랜 만에 승점 3점을 챙기며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삼성화재(승점 38점)와 승점 타이를 만들었다. 대한항공은 세트 득실에서 삼성화재에 밀린 3위다.

1세트 14점을 포함 28점을 올린 임동혁은 대한항공 연패 탈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임동혁은 공격성공률 73.33%을 기록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주포 정지석도 12점(공격성공률 53.28%)을 기록하는 등 좋은 컨디션을 선보였다.

경기가 끝나고 임동혁은 “오늘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카드에 이기고 싶단 마음이 컸다. 이 마음가짐을 계속 가지고 경기에 계속 나선다면 대한항공에 어울리는 순위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동혁은 1세트 결정적인 수비로 팀에 결정적인 득점을 안겼다. 19-20에서 블로킹된 정지석의 스파이크를 감각적으로 발로 디그했다. 이후 득점까지 성공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임동혁은 당시 장면에 대해 “발을 잘 쓰는 편은 아니다. 축구도 못한다. 오늘은 발로 한 수비도 잘 되는 날이라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잘 되는 날에는 무엇을 해도 된다”고 웃음을 지으면서 “내가 보완해야 하는 것은 잘 풀리지 않는 날에 풀어가는 법이다. 성장하려면 계속 그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후에 공격을 성공한 부분은 경기를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배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감독님에게 조언을 듣다보면 공을 많이 때린 날이 경기력이 좋았다”면서 “제가 (한)선수형에게 처음으로 반말로 ‘올려, 올려’ 했다. 어필을 했는데, 공을 올릴 줄은 몰랐다. 경기력이 좋았던 것을 입증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경기가 끝나고 선수형에게 들어보니 당시 상황에 ‘올리지 않을 수 없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책임감을 더 가지고 어필을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선수와 전체적인 호흡이 상당히 좋았던 임동혁이다. 임동혁은 한선수와 호흡에 대해선 “연습 중에 선수형이 좋은 공을 주기 위해 계속 물어보신다. 나는 다 좋다고 한다. 선수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세터다. 항상 좋은 공을 올려준다”라며 “어떤 공을 요구하기 보다는 한 발 더 뛰어서 공을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만점 활약을 펼친 임동혁은 아쉽게 트리플 크라운(백어택, 블로킹, 서브 에이스에서 각 3개 이상 기록)을 서브 성공 1개 차이로 놓쳤다.

그는 “마지막 서브 때 (곽)승석이형이 웜업존에서 말해줘서 알았다. 트리플 크라운 욕심 보다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어서 서브를 세게 쳤다”라면서 “이기고 있다가 우리가 잡히는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더욱 공을 세게 치려고 했다”고 강서브 시도한 이유를 설명했다.

임동혁은 최근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지원을 신청했다. 만일 상무 입대에 최종 합격하면 올 시즌을 끝으로 당분간 V리그 무대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

그는 “많은 공에 책임을 지려고 한다. 정말 이루기 힘든 통합 4연패를 이루고 가면 아쉬울 것 같다. 지금처럼 성공률을 유지해서. 임동혁이란 이름을 V리그에 각인하고 입대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 링컨이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대한항공은 무라드 칸을 대체 영입했다. 다만 칸이 아직까지 올라오지 않으면서 임동혁이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을 주로 맡고 있다.

임동혁은 “경기 들어가기 전에 머릿속으로 내가 외국인 선수만큼 한다기 보다는 ‘내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장에 들어간다”면서 “내가 때려야 하고, 내가 더 뛰어야 하고, 내가 더 파이팅 있게 해야 한다. 지금 팀에 부상선수도 나오다보니 멤버가 계속해서 바뀌는데, 내가 한 자리를 맡아서 꾸준히 해줘야 다른 포지션에서 부담이 안 생긴다”고 마음 가짐을 드러냈다.

또 그는 “내가 공을 다 때릴 각오로 오늘 경기장에 들어섰다. 어제 연습 훈련을 할 때 부터 계속 올려달라고 했다. 내가 경기를 캐리한다는 마인드로, 오늘 경기를 이기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장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인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