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또는 문제작…총선 앞두고 불붙은 정치 다큐 전쟁

기사승인 2024-02-13 17: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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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또는 문제작…총선 앞두고 불붙은 정치 다큐 전쟁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왼쪽)과 ‘건국전쟁’. 명필름, 다큐스토리

“우리가 몰랐던 대통령의 이야기를 알려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한 번씩 봐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영화를 두고 비슷한 내용의 관람평이 쏟아졌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이들 작품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각각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전 열기가 극장가로 옮겨온 모양새다.

12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9~12일)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을 관람한 관객은 총 23만6441명이었다. 누적 관객은 32만9948명까지 올랐다. 설 연휴가 포함된 6주 차 주말(9~11일) 좌석판매율은 37.6%로 개봉작 중 가장 높았다. 박스오피스 1위인 ‘웡카’(감독 폴 킹, 좌판율 21.8%)를 상회한다. 지난달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은 전날 기준 누적 관객 수 12만2768명을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등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작품은 50대가 전체 관람객 중 각각 46%씩 차지할 정도로 장년층에게 지지를 얻는 모습이다. 

화제작 또는 문제작…총선 앞두고 불붙은 정치 다큐 전쟁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건국전쟁’을 관람하고 기자들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화제작 또는 문제작…총선 앞두고 불붙은 정치 다큐 전쟁
지난해 12월18일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건국전쟁’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의 청년기와 개인 업적을 중심으로 건국사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독재자와 기회주의자로 통하던 이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꾀한다. 여권에선 앞 다퉈 ‘건국전쟁’을 관람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동 한 극장에서 ‘건국전쟁’을 보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이 전 대통령)의 모든 게 미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면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대적 결단이 있었고, 그 결단에 대해 충분히 곱씹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식·박수원 의원과 김무성·나경원 전 의원 등이 영화를 관람하고 후기를 남겼다.

야권 인사들은 ‘길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을 내세우는 모습이다. ‘길위에 김대중’은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영화를 관람했다. 개봉 전 열린 시사회에서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정치사에 정말 큰 거목”으로 칭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바꿔 오신 삶을 잘 조명했다”고 평했다.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이 같은 열기가 실제 선전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인 의도가 과도하게 도드라질 경우 역풍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온라인상에서도 ‘건국전쟁’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나얼은 자신의 SNS 계정에 ‘건국전쟁’ 관람을 인증하는 듯한 게시글을 올렸다가 반대여론에 부딪혀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X(옛 트위터)에는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시글을 인용해 4·19 혁명과 6·25 전쟁 당시 한강교 폭파 사건을 되짚는 글이 번갈아 올라오는 등 대립각이 서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쿠키뉴스에 “영화를 제 입맛에 맞춰 부각하기보다는 영화 메시지를 반영하는 정치 행보나 공약 등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앞서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와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역시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대중 반감에 부딪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김 평론가는 “정치적 잣대를 과도하게 들이대면 지지층만 공고히 하는 근시안적 선거 전략에만 머무를 것”이라고 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