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최후통첩’ D-1…환자·의료진 “견디기 힘들다”

기사승인 2024-02-28 20: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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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 ‘최후통첩’ D-1…환자·의료진 “견디기 힘들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환자 침대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전공의들의 업무 복귀 데드라인으로 잡은 2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사들의 복귀는 요원하다. 진료를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도, 병원에 남아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도, 집단행동을 지켜보는 국민도, 수차례 경고한 정부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분위기다.

2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극히 일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많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의사들이 오는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처분과 구속수사 등 사법 처리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은 “현재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육수련부를 통해서 다른 병원들의 상황은 어떤지 들었는데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로 전공의들이 돌아오려는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며 “일부 4년 차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있다”고 귀띔했다.

한양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명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소식에 대해 “전해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각 임상과별로 전공의들이 분포돼 있어 일괄 파악이 어려운데 좋은 소식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건국대병원 소속 전공의 12명이 복귀했단 언론 보도도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복귀자가 있다는 일부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부 전공의가 짐 정리와 전산상 서류 정리로 병원을 방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가중된다.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본부는 28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업무까지 떠맡은 진료지원인력(PA간호사)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과중한 업무와 언제 의료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환자들은 치료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단체인 우리두리구슬하나 이두리 대표는 “보통 케모포트는 인턴 선생님이 꽂아주는데 파업으로 자리를 비워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며 “3시간 정도 기다린 후 간호사가 3번의 시도 끝에 겨우 혈관에 바늘을 꽂고 조형제를 맞았지만 너무 아파서 바늘을 뺐다. 결국 전담 간호사를 불러 삽입된 케모포트에 바늘을 다시 삽입했다”고 전했다. 케모포트는 주로 가슴이나 팔 위쪽에 이식되는 소형 의료 장치다. 이는 심장 근처 정맥에 삽입되는 카테터(의료용 관)에 연결된다. 국소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해야 하는 의료 행위다.

전공의들의 사법처리 절차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7시 기준 99개 주요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약 80.8%에 해당하는 9937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8992명(73.1%)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등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상태다. 그간 복지부는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돌아올 것을 명령했는데,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하면서 동시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복지부는 끝까지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이들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중심으로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당국 고발 등의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복지부가 고발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향해 “어떤 이유로든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은 이해될 수도 없고, 용납될 수도 없다”면서 “전공의들은 내일까지 꼭 돌아와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봐달라”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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