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거세지는 환자 반발…“저지 운동 전개”

“의료인 특혜적이며, 입법 절차 정당성 결여”

기사승인 2024-03-04 13: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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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거세지는 환자 반발…“저지 운동 전개”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의료사고에 따른 의료인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특례법 도입을 추진하자 환자단체가 저지 운동을 예고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에 반대하며 이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이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를 입히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수사기관이 업무상 과실치상, 중과실치상 혐의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다. 또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와 종합보험·공제에 모두 가입하면 환자가 의료 과실로 상해를 입었다고 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필수의료 행위의 경우 환자가 중상해를 입어도 공소 제기가 가로막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일 발표한 필수의료 대책에서 특례법안 내용을 처음 공개했으며, 29일에는 법무부와 국회도서관에서 구체화한 내용을 발표하고 환자단체와 의료계, 법학계 등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자단체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내용상 위헌 소지가 있고 의료인 특혜적이며,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근거로 특례법 제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운전자에게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일부 형사 책임을 면하게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들어 “위헌적 법률을 참고해 위헌적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법은 지난 2009년 헌법재판소가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연합회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참조해 마련됐다면 당연히 의료사고 관련 입증 책임 전환 규정도 있어야 한다”며 “입증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환하도록 규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위헌성이 높은 중상해·사망·중과실 의료사고까지 특례를 허용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응급, 중증, 분만 등 필수의료 과목의 형사 책임 부담을 완화하겠다던 당초 정부 입장과 달리, 법안이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의료인 특혜성 법률”라고 지적했다.

또 법조계, 의료계, 소비자계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논의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해 의료계에 유리한 법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협의체에 참여한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이 모두 협의체를 탈퇴해 사회적 논의는 중단됐다”며 “정부에 제정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만일 제정 추진 시 국민, 환자와 함께 저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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