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줄었으니 쉬라고?” 의료공백에 휴가 대상자 된 간호사

기사승인 2024-03-05 15: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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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줄었으니 쉬라고?” 의료공백에 휴가 대상자 된 간호사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민간에 개방된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과 진료를 축소한 병원들이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휴가나 다른 부서 이동 등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한간호협회(간협)의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들 중 강제 휴가에 대한 민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진료 축소와 환자 수 급감이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간협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환자 수 감소로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니까 환자보다 간호사가 많은 병동이 생겨날 테고, 이 때문에 꽤 많은 병원이 간호사들에게 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신고센터에 들어온 건수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직원들에게 ‘전공의 집단 휴직 기간에 무급 휴가를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 대상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직, 보건직, 기술직 등을 아우른다. 공지문에 따르면 무급 휴가는 부서 상황을 고려해 최대 1개월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정상 진료 전까지 시행된다.

또 따른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도 간호사의 휴가를 종용한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연세의료원 새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대혼란 속에서 일부 관리자는 환자가 줄었다며 벌써부터 강제 휴가를 이야기한다고 한다”라며 “병원 측은 진료 공백과 민원으로 힘들 직원들을 위로는 못할망정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간호사 강제 휴가는 지난 2020년 의사 집단 휴진 때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현행법에선 사업자가 직원에게 연차 사용을 강제하거나 특정 날짜에 연차를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것을 금지한다.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을 보면 사용자는 연차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해선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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