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 ‘조발성 치매’ 10년간 3.6배 급증

“예방·관리 대책 마련 위해 연구 기반 구축해야”

기사승인 2024-03-13 13:4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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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 ‘조발성 치매’ 10년간 3.6배 급증
질병관리청 ‘조발성 치매’ 안내 카드뉴스. 질병관리청


최근 40~50대 이른 나이에 생기는 조발성 치매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조발성 치매 예방을 위한 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13일 2024년 세계 뇌 주간을 맞아 조발성 치매 발병률과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조발성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8% 정도였다. 환자 수는 2009년 1만7772명에서 2019년 6만3231명으로 10년간 3.6배 늘었다. 

조발성 치매는 65세 이전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연령층에 발생하는 만큼 환자는 경력이 단절되고, 피부양자들은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사회·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또한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이 빠른 편이고 인지기능 저하, 언어·운동 장애 등 임상 증상도 다양해 신경학적·유전적 검사를 비롯한 뇌영상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2021년부터 전국 31개 병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조발성 치매 환자 코호트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간에 걸쳐 이뤄진 1단계 사업을 통해 대표적 조발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치매 환자를 중심으로 400여 명의 환자를 모집했으며 증상의 특성 분석, 유전체 분석 연구 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매년 추적 검사를 실시해 환자의 임상 증상 뿐만 아니라 바이오마커 변화 등을 관찰하고, 질병 경과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코호트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조발성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새롭게 규명하기도 했다. 전두측두엽 치매의 한 아형인 의미변이원발진행실어증 환자로부터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유전 인자 ANXA11의 새로운 병원성 변이(p.Asp40Gly)를 발견했다. 의미변이원발진행실어증은 말하거나 쓰여진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며, 이름 등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추가적인 유전자 스크리닝을 거친 뒤엔 서구인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 C9orf72, MAPT, GRN 등의 유전자 변이가 한국인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에서는 극히 드물다는 점을 밝혔다. 현재 돌연 변이가 확인된 다섯 가계의 가족 코호트를 구성해 추적관찰 중이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치매 관련 국내 연구는 대부분 노인성 치매에 치중돼 있어 조발성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역학 특성과 인구학적 통계 등이 확립돼 있지 않다”며 “국내 환자의 정확한 임상, 유전적 특성을 파악해 예방·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박 원장은 “국립보건연구원은 지속적인 코호트 연구를 통해 질병 예방, 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근거 생산을 이어나가고, 코호트 연구를 통해 수집한 자원과 임상 정보는 더 많은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 및 분양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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