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평 원룸, 월 60에도 반지하…‘햇빛 포기’ 우울한 청년들”

기사승인 2024-03-26 06: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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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평 원룸, 월 60에도 반지하…‘햇빛 포기’ 우울한 청년들”
직장인 이모(20대‧여)씨가 거주 중인 서울 마포구 인근 반지하 원룸 모습. 오후시간임에도 햇빛이 들지 않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1층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 관리비 5만원 별도가 기본이에요. 3층 이상으로 구하려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5만원, 관리비 5만원 이렇게 보시면 돼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공인중개사)

최근 가파른 월세 상승으로 인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많이 거주 중인 대학가 중심으로 월세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값비싼 주거비에 청년들은 지상층을 포기하거나 더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등 주거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26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에 따르면 서울 신축 원룸 평균 월세는 101만5000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수도권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의 평균 월세를 연식별로 분석한 결과이다. 전세 사기 우려와 고금리 여파로 월세 수요가 오르며 월세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알려진 대학가의 월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스테이션3는 지난달 7일 기준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가 57만4000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1월 46만9000원에서 10만원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대학가 공인중개사들도 지상층 거주를 위해서는 최소 월 60~70만원의 월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인근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6평 원룸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 관리비 5만원 별도”라면서 “현재 매물이 많지 않아서 찾기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월세가 많이 올라서 8평을 보려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70~75만원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결국 주거비 부담에 평수‧지상층‧지역 등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서울 마포구 인근 반지하 원룸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20대‧여)씨는 햇빛을 포기했다. 이씨는 “예산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관리비 포함)으로 방을 구하니 지상은 너무 좁아 어쩔 수 없이 7평대의 반지하를 택했다”라고 밝혔다. 이씨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반지하를 택했지만 집에 햇빛이 잘 안 들어 우울하다”라며 “다음 집은 평수를 좁히더라도 지상층 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 토로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1‧여)씨도 월세 부담에 서울 거주를 포기했다. 김모씨는 “6평 원룸에 거주하는데 보증금 1000만원에 70만원, 관리비 별도로 나갔다”라며 “월세 부담이 커서 전세로 옮기고 싶어도 서울에서는 엄두가 안 나 경기 김포시로 이사를 택했다”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10분 걸리던 출근 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늘어났다”면서도 “서울에서 살 때보다 전세대출을 받아 월에 나가는 돈도 줄고 투룸에 거주할 수 있어서 주거의 질은 훨씬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원룸 수요가 높아지지만,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며 월세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문재인 정부 이후 임대 사업 자체에 제약이 많이 생기며 기존에 원룸, 하숙집 등이 많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은 계속해서 줄어드는데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은 많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높으니 월세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임대를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소이 LH 토지주택연구원 주택주거 연구실 연구위원은 “청년들의 금융 자산 중 전월세 보증금 비용이 가장 많이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들의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직장과 가까운 위치에 시세보다 60~80%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주택은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또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머무르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마이홈포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