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에 발견해도 전이와 재발 잦은 암 사망률 1위 폐암

완치 가능성 높이려면 조기 검진과 적극적 치료 뿐
폐암, 조기에 발견해 치료 받아도 전이, 재발률 높아, 주요 암종 대비 5년 생존율 낮아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사망 위험 28% 감소‧병리학적 완전 반응률 4배 개선 등 수술 성공률 높이고 재발 위험 낮춰 폐암 완치 가능성 높여 
비흡연 폐암 발병 증가세 , 누구나 평소 폐 건강에 관심 갖고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 필요

기사승인 2024-04-19 08: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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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에 발견해도 전이와 재발 잦은 암 사망률 1위 폐암
쿠키뉴스 자료사진

암의 ‘병기’는 암의 진행 단계를 나타내는 척도다. 암 환자에게 병기는 치료의 방법과 완치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병기가 낮을수록 암이 더디게 진행됐음을 뜻하며, 더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암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원격 병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6%에 불과하지만, 암이 발생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국한 병기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무려 90% 이상을 상회한다.

하지만 암종별 차이는 크다. 암 사망률 1위 폐암이 대표적이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아도 5년 생존율이 78.5%에 그쳐, 대장암(93.8%), 위암(97.4%), 유방암(99%) 등 다른 주요 암종과 비교해 크게 낮다. 폐암의 경우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술 후에도 ‘전이’, ‘재발’ 위험 큰 조기 폐암, 보조요법 등 치료 발전으로 완치 가능성↑

폐암을 비교적 조기에 발견해도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높은 전이와 재발 가능성 때문이다.  모든 암과 마찬가지로, 폐암도 외과적 절제가 가능한 1~3기에 발견해 빠르게 치료한다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폐암은 림프절의 미세 전이된 암세포 등이 생존 기간에 불량한 영향을 주고 , 과반에 가까운(40% 이상) 환자들이 수술 후에도 암의 재발을 경험하거나 5년 이내 사망한다.

병기가 높아질수록 재발 위험은 더 크다. 1기를 벗어나지 않은 폐암 환자의 경우 5년 내 재발률이 약 45% 정도이나, 2기 환자가 되면 약 62% 정도로, 3기 환자는 76%로 크게 높아진다. 더욱이 폐암은 멀리 떨어진 장기로의 전신 재발이 국소 부위의 재발보다 더 흔하다. 이런 이유로, 폐암 환자는 조기 발견을 통한 빠른 수술과 더불어, 효과적인 보조요법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선행 항암치료로 수술 전 미리 암의 크기를 줄이고 미세 전이를 제거한 뒤, 수술을 받은 후에도 보조 항암치료를 통해 폐에 남아있는 암세포를 제거해야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는 “폐암은 수술 후에도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1,2 초기로 진단된 환자라도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술에 동반되는 효과적인 보조요법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의 보조요법(항암화학요법)은 수술 단독 관찰과 비교해 5년 생존율을 4~5% 개선하는 데 그쳐 이보다 더 우수한 치료법이 필요했다”며 “다행히 최근에는 전이성 폐암을 비롯한 다수의 암종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인 면역항암제가 조기 폐암의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허가 받으며 폐암의 수술 후 치료 실패의 주요 원인인 재발을 방지하고,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기전의 치료제로, 보조 항암요법으로 활용 시 장기간 지속되는 항종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잔존하는 소수의 악성 세포를 제거하는데도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면역항암제(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위약군와 비교해 환자의 수술 후 사망 위험을 28%, 무사건 생존기간 개선을 유의하게 개선하여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을 역시 41% 감소함을 입증했다. 더욱이 수술 후 조직검사 상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병리학적 완전 반응’을 약 4배(18.1% vs 4%) 개선하는 등 완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에 기반해 항암 치료의 교과서로 불리는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을 조기 폐암 환자의 보조요법 치료로 우선권고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PD-L1 발현율 등 특정한 투약 조건 없이 모든 환자가 사용 가능한 만큼, 이제 국내 환자들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표준치료를 통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완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기 발견 어려운 폐암, 30갑년 이상의 고위험군 아니어도 방심 않고 정기적 검진 필요

물론 조기 발견이 선행되어야 한다. 폐암은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 만큼 검진의 중요성이 더 크다. 지난 2019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 대상에 포함돼 2년마다 저선량 흉부CT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만 54세에서 74세 남녀 중 3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에 한정된다. 최근에는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나 미세먼지 등 흡연과 무관한 환경적 요인으로 폐암이 발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누구나 평소 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석면이나 라돈 노출 등 직업적으로 위험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라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건강관리카드 제도 등을 활용해 연 1회 특수건강진단도 가능하다. 

임선민 교수는 “폐암의 조기 검진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전체 폐암 환자의 50% 가량이 대개 수술이 가능한 1기에서 3기에 진단받고 있으나 다른 암종 대비 조기 진단율이 낮아 지속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정기 검진을 통해 빠르게 암을 발견하고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를 사용해 적극적으로 치료 받는다면 암 사망률 1위 폐암도 암이 주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 폐암 환자들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시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