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75% 비상경영…병원 노동자들 “참을 만큼 참았다”

기사승인 2024-06-24 10: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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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 75% 비상경영…병원 노동자들 “참을 만큼 참았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며 상당수의 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4월24일부터 5월22일까지 한 달 동안 총 1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현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공의 수련병원인 국립대·사립대병원 총 47곳 중 35곳(74.5%)이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의료기관이 파행 운영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노조는 전했다. 국립대·사립대병원 대부분이 병동이나 수술실, 중환자실을 통폐합 또는 축소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 기능을 줄인 곳도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폐쇄·축소 운영하는 병원은 24곳으로 파악됐다.

인력 조정 등이 이어지며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고통도 크다. 비상경영체제의 주요 내용이 인원 동결, 결원 미충원, 신규 채용 중단, 인력 재배치, 무급휴가·휴직, 연장근로 자제, 근무시간 단축 등 인력 운영 효율화와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의사 진료 거부 사태의 장기화가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은 계약 만료와 동시에 일자리를 잃고 있고, 신규 간호사들은 언제 채용될지 모른 채 대기해야 한다”며 “의사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는 PA 간호사들은 업무량 확대와 노동 강도 강화, 불법의료 책임과 의료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 진료 거부 사태로 인한 의료공백과 진료 파행을 온몸으로 메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희생·헌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 조치가 없으면, 참을 만큼 참아온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며 이달 안에 의료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사가 부족해 의사 업무를 타 직종에게 떠넘기는 불법의료 사례를 알리는 투쟁 △의사 진료 거부와 진료 파행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조치를 알리고 저지하기 위한 투쟁 △의정갈등과 의사 진료 거부 사태로 인한 수련병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투쟁 △의사들의 진료공백을 온몸으로 메우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투쟁 등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