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건의료단체 수가협상 카드는 ‘고용’…근무환경 개선 못 이루면 ‘역풍’

기사승인 2017-05-25 0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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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건의료단체 수가협상 카드는 ‘고용’…근무환경 개선 못 이루면 ‘역풍’[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2018년도 수가협상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맞물려 진행되는 터라 공급자단체는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으로 협상을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이번 수가협상은 시작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이전의 수가협상을 보면 많은 직능단체들이 경영악화를 주장해왔다. 의사협회의 경우 1차 의료 활성화와 현실적인 수가 등을 주장하며 수가인상을 요구했고, 병원협회는 중소병원의 경영악화에 따른 수가인상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새로운 카드가 등장했다.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선정한 만큼 공통 과제로 수가협상의 난항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차 협상에 가장 먼저 나선 대한한의사협회는 ‘고용’ 측면을 강조했다. 한의협측은 새정부 출범으로 최저임금 인상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영적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도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새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직원을 더 채용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의료보조인력 등에게 급여를 충분히 주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의협은 건강보험 20조 흑자를 의료기관에 풀면 보건의료 일자리 창출이 클 것이라며, 수가 인상이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수가 인상이 의사의 수익증대로 인식될까하는 우려에 “환산지수가 의사 원급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의원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과 메르스 사태 이후 강화된 시설·인력 기준 강화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를 지적하며,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결국은 인력 확충 등 병원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의료계의 이 같은 행보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일치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민생행보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을 없애는데 적극 나설 뜻을 밝히는 등 일자리 관련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의 열악한 근무여건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3교대의 간호사들은 임신·출산도 눈치를 봐가며 해야 되고, 육아휴직을 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전공의 등 수련의나 초년병 의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 때문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의 목소리를 높여 간신히 법까지 통과됐지만 병원계에서는 비용문제 등을 제기하며 소폭의 개선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원이나 약국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전달체계의 기능 상실로 동네 의원보다는 병원을 환자들이 많이 찾고, 약국도 동네약국 보다는 문전약국의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례로 병원에는 근무하는 병원약사들은 과도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많은 병원들이 최소 인력기준 맞추면 추가 인원을 뽑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더욱이 지방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인력기준에 미달한 병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이들 보건의료 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문제는 수가인상에 따른 수익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있는 보건의료 근무자들에게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병원들은 수가인상을 수익률 보전으로, 의원이나 약국은 경영악화에 따른 의·약사의 수익 손실분 충당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향후 수가인상은 병원과 의·약사의 수익으로 생각해 향후 수가협상에서 보건의료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최저 인상’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수가협상에서 구체적인 고용창출과 근무환경 개선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만약 큰 폭이 수가인상이 이뤄질 경우 보건의료계는 얼마나 일자리 창출과 보건의료인 근무여건 개선을 이뤘는지 명확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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