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국대와 프로게이머, 두 자격 모두 충분했던 조성주

기사승인 2018-08-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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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국대와 프로게이머, 두 자격 모두 충분했던 조성주

“스타2(스타크래프트2)를 알릴 기회이다 보니…”

조성주가 아시안게임에서 전진 병영과 전투순양함 빌드 등을 꺼낸 이유였다.  

조성주는 지난 3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마하카 스퀘어 브리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서 전승으로 1위에 등극, 한국 e스포츠의 첫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새겼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였다. 같은 전진 병영 빌드 공격을 반복했는데 상대는 막지 못했다. 전투순양함과 전술핵 공격처럼 화려한 장면도 연출했다. 그렇게 주문 제작한 금메달을 찾아왔다. 현 세계 최고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꼽히는 조성주에게 아시아 무대는 너무나 비좁았다.

이날 조성주의 실력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겸손한 태도였다. 그는 시상식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거듭 주변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태극 마크를 달게 된 소감을 물었을 때도 소속팀 진에어 코칭스태프와 현지에서 지원해준 e스포츠 협회에게 공을 돌렸다.

좋지 못한 컨디션이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는지를 물었을 때도,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을 때도 조성주는 같은 주변인들을 챙겼다. 완벽한 경기력을 뽐낸 그는 “저를 믿어주신 분들이 많아서 그 덕에 더 열심히 했고,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이번 대회에선 시범 종목 출전이었지만, 조성주는 어느 정식 종목 선수들 못잖게 태극 마크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프로로서 각종 국내외 대회를 제패한 그였음에도 이번 대회 전날 밤엔 잠을 설쳤다고 밝혔다. 솔직히 부담감이 컸다고 금메달을 목에 건 뒤에야 그는 털어놨다.

다른 종목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기대치는 더 높았다. 당연히 금메달을 따올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평소에도 예민한 타입인 조성주는 “책임감도 느껴지고 부담감도 생겨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우승 후에 말했다.

조성주는 가장 프로 선수답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스타크래프트2 인기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다양한 전술을 활용해 e스포츠와 스타크래프트2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했다.

이날 테란과 프로토스만을 상대한 그는 “저그전을 못한 게 너무 아쉽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만약 저그전을 했다면) 첫 판은 컨트롤 위주로 하려고 했는데, 그다음엔 유령도 쓰고 많은 걸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때 조성주는 영락없는 스타크래프트2 홍보대사였다.

태극마크가 주는 부담감을 견뎌내고 완벽한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동시에 e스포츠와 스타크래프트2의 활성화를 추구했다. 30일 브리타마 스타디움 시상대에 오른 조성주는 가장 국가대표다웠고, 또 프로게이머다웠다.

자카르타│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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