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구조조정 ‘급여’ 탓하는 산업은행, 해결책도 ‘난망’

부실 구조조정 ‘급여’ 탓하는 산업은행, 해결책도 ‘난망’

기사승인 2019-10-24 06:00:00
- + 인쇄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한국지엠(GM)과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산은의 관리부실이 지적됐다. 산은은 반복되는 국민의 지적에 ‘급여’ 때문이라는 해명과 함께, 구조조정 자회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은의 대책을 두고 ‘정권의 입김’을 차단할 수 없는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은 여전한다.

◆혈세로 살린 한국지엠·대우조선 관리부실=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자금으로만 22조 5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했다. 산은은 정부 예산이나 정부가 지불을 보증하는 채권을 바탕으로 이러한 자금을 메워왔다. 그러나 이렇게 투입된 자금의 회수율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민 혈세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구조조정이 계속되어온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 부담으로 자금을 지원해 살린 기업에 대한 산은의 관리부실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다. 올해는 한국지엠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관리부실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지원된 한국지엠이 노조의 파업으로 한국 철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대우조선해양 역시 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우려와 하도급 업체 갑질 문제 등을 두고 산은의 관리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산은의 관리부실로 추가적인 국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들 이다.

◆반쪽자리 해결책, KDB인베스트먼트 설립=산은은 새로 설립한 구조조정 전문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국감에서 “산은 내부적으로 부행장 보다 많은 급여를 주면서 시장전문가를 채용하기 힘들어 자회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높은 급여를 주고 시장전문가를 자회사로 영입해 구조조정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해결책은 책임 회피용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유동수 의원은 “KDB인베스트먼트의 산은에 대한 인적 종속성은 결국 국책은행이 형식만 민간으로 변경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100% 자회사 대표로 이대현 전 산은 수석부행장이 선임된 상황을 두고 나온 지적이다. 

여기에 김선동 의원은 “출자회사가 산은 본사의 말도 안 듣는 상황에서 일개 자회사의 말을 들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라며 “한마디로 이 조직은 구조조정 업무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일종 의원도 “구조조정 기업 매각은 산은이 자회사를 만들어 할 것이 아니라 외주를 통해 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실 구조조정 ‘급여’ 탓하는 산업은행, 해결책도 ‘난망’◆구조조정 포기한 산은, 흔들리는 정체성=산은이 구조조정 업무를 자회사를 통해 시장에 넘기고 자금지원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산은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산은이 구조조정 업무를 배제할 경우 남은 역할이 기존 정책금융 기관과 중복되는 영향이다. 산은이 2017년 이후 산업구조 고도화, 환경·안전투자, 4차 산업혁명 파트너 등 3가지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3조9341억원 가운데 24.9%인 9781억원은 이미 다른 정책 금융상품을 받은 기업에 중복 지원됐다.

이 회장이 밝힌 산업은행·수출입은행 합병안도 정책금융이 중복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배제한 산은이 조직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은의 부실한 구조조정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해결책의 한계가 지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산은의 존재 이유조차 불확실해 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이 산은 내부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호영 의원은 “산업은행은 어떠한 주체들로부터의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데 존재의 의의가 있다”고 일축했다. 구조조정 문제의 해결책은 자회사 설립 등이 아니라 외부의 입김을 차단할 산은의 의지에 달렸다는 말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