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쿠데타의 날, 전두환 사단에겐 기념일?

군사반란 가담자들과 20만원 상당의 코스요리와 와인 곁들인 '기억 못 할' 오찬 즐겨

기사승인 2019-12-13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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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12·12 사태’로 일컬어지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12월 12일을 기념일로 여기는 모습이다.

전두환 당시 소장과 12·12 사태에 가담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과 최세창 전 3공수여단장 등 10여명은 12일 서울 압구정동 인근 고급 중식당에서 2시간여가량 오찬을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를 친 것이 알려지며 구설에 오른 지 1달여 만이다.

이날도 전 전 대통령 등은 고급요리인 샥스핀(상어지느러미 수프)이 포함된 1인당 20만원 상당의 코스요리와 와인을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수차례 건배사를 하고 와인잔을 부딪치며 밝게 웃고 떠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목격한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는 “전두환이 40년 전 군사 쿠데타 주역들과 기념오찬을 즐기는 모습을 직접 촬영했다”며 “전두환이 대화의 상당부분을 주도했고, 12·12 당일이란 점을 까맣게 잊은 듯 굉장히 밝고 화기애애하고 축하 분위기 속의 오찬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12·12 당일인 오늘 자숙하고 근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냐. 기념 오찬은 부적절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동석자가 거칠게 제지하면서 전씨의 답을 듣지 못했다”면서 “더는 전두환에 대한 용인을 중단하고, 광주학살 책임과 5공화국 독재에 대한 반성을 단 한 마디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단죄해야 한다. 즉각 전두환에 대한 구속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일련의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진영을 제외한 정치권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망동의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끔찍한 역사의 시작이 된 12월 12일을 누가 기념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했겠는가”라며 “전두환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강경한 어조의 논평을 내놨다.

12·12 쿠데타의 날, 전두환 사단에겐 기념일?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참회는커녕 축하를, 자숙은 커녕 떵떵거리는 모습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알츠하이머를 핑계로 재판을 회피하고 있는 전두환에게 일말의 관용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군사반란의 수괴 전두환을 당장 구속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전두환 씨가 가야 할 곳은 호화식당이 아니라 오는 12월 16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정”이라며 “법원은 반성할 줄 모르는 호화 골프와 호화 식사를 즐기는 후안무치한 작태를 감안해 법정 최고형에 처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12일 오찬 모임은 1979년 12·12 사태와 전혀 무관한 친목 모임으로, 일정이 바쁜 김장환 목사 사정으로 우연히 날짜를 정했다. 식사비용도 돌아가며 부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달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모습이 목격된 데 대해서는 “운동을 거르지 않아 증세 진행이 완만한 ‘착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으며, 고령의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골프는 권장할 만한 운동”이라며 “이순자 여사가 상속받은 금융자산을 연금보험에 넣어 생활비에 충당하고 있고, 가끔 나가는 골프모임 비용은 생활비의 일부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오는 16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공판에는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씨 측은 “법정에 와 앉아 있을 수는 있지만 정신 건강 상태상 의미 있는 진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로 뇌의 정보 저장 단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일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눈앞의 현상을 의식하고 상황을 인지하는 기능은 작동한다”며 “바둑을 두면 정상적으로 대국 할 수 있지만 바둑판을 떠나면 방금 전 바둑을 뒀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씨의 현 상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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