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 이준영 “눈물 나도 연기가 좋아”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0-24 06: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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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시민’ 이준영 “눈물 나도 연기가 좋아” [쿠키인터뷰]
배우 이준영. 마인드마크㈜

‘잘생긴 쓰레기.’ 최근 배우 이준영의 이름 앞에 붙기 시작한 수식어다. 넷플릭스 ‘D.P.’, ‘마스크걸’ 등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덕에 얻은 일종의 훈장이다. 그런 그에게도 쉽지 않았던 게 영화 ‘용감한 시민’ 속 한수강이다. 악행을 연기하며 운 것도 처음이다. 지난 19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영은 “감당 안 된다는 생각이 난생 처음 들었다”고 돌아봤다. 작품 공개를 앞둔 그는 “홍보 아닌 사과할 준비에 한창인 것도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수강은 별다른 이유 없이 누군가에게 폭행을 가하는 걸 즐긴다. 동급생을 한계에 치달을 정도로 악랄히 괴롭힌다. 이준영은 그간 연기한 인물에게선 악행을 저지를 만한 나름의 근거를 찾았지만, 학교폭력 가해자인 한수강에게만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이유도 있어선 안 됐다”고 생각했다. 이준영은 “한수강은 괴롭힘을 놀이와 재미라고 생각한다”면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도 싫은 인물을 연기하다 보니 아무런 매력도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연기 전부터 부담이 많았다. “글로만 봐도 (악행에) 기괴함을 느꼈”지만 특유의 모험가 기질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 이후부터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괴롭히는 장면을 찍고 난 뒤는 물론 사전 시사를 가지면서도 눈물을 쏟았을 정도다. 촬영할 때마다 감독과 포옹하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용감한 시민’을 촬영할 때만큼은 달랐어요. 사람들과 일부러라도 만나거나 반려견을 끌어안으며 마음을 달래곤 했죠.” 가해 장면을 찍으며 마음을 다쳐 보니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용감한 시민’ 이준영 “눈물 나도 연기가 좋아” [쿠키인터뷰]
‘용감한 시민’ 스틸컷. 마인드마크㈜

‘마스크걸’ 이후에도 마음고생이 컸다던 그는 “눈 한 번 딱 감고 ‘이건 일이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며 집중했다”면서 “작품을 마쳐도 힘든 마음이 오래가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D.P.’와 ‘마스크걸’에서 여자 친구를 폭행하는 등 가학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연달아 이런 연기를 해낸 만큼 이미지 고착화를 걱정하지 않냐고 묻자 “(편견을) 뛰어넘는 게 내 도전과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도 다양한 캐릭터로 출연 제안을 받고 있다는 이준영은 “어떤 캐릭터든 다 도전하고 싶다”면서 명랑한 목소리로 “연기가 정말 재밌다”고 했다. “다른 인격을 살아보는 맛이 있잖아요. 연기를 하며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잘 표현하면 짜릿함까지 느끼거든요. 더 잘하고 싶어요. 이러니 연기가 재밌을 수밖에요!”

울 정도로 마음고생이 컸지만 ‘용감한 시민’은 이준영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작품이다. 그의 첫 영화 데뷔작이어서다. 2017년 tvN ‘부암동 복수자들’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성장한 만큼, 스크린을 가득 메운 자신을 보며 후련함부터 느꼈단다. 그는 이제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선배배우 마동석과 함께하는 신작 ‘황야’(감독 허명행), 임상춘 작가 신작 ‘폭싹 속았수다’와 ‘로얄로더’, ‘나는 대놓고 신데렐라를 꿈꾼다’ 등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 이준영은 “‘이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서 여러분을 속여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