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원이 순식간에"...의정부시내 '피시방 불법도박장' 기승

허가기관의 사후관리 사실상 불가... 단속허점 악용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탕진 
무허가 피시방 '오피스텔 개설' 사례도 있어

입력 2024-01-04 13: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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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에서 피시방 불법도박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피시(PC)방 불법도박장'이 기승을 부려 시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주로 국내외 인터넷망을 이용한 불법 도박사이트를 연결해 운영되고 있다. 주된 이용자가 건설노동자와 식당 운영자 등 소공인들이라 우려감이 더하다. 

현재 의정부시 제일시장과 행복로 인근에는 약 80곳의 성인 피시방이 들어서 있다. 이들 피시방은 청소년이 출입하는 일반 피시방이 아닌 성인들을 상대로 한 '고스톱', '포커', 속칭 '바둑이' 등 온라인 도박 프로그램을 연결해 운영 중이다.

특히 이 곳에서 운영되는 게임중 '슬롯(slot)' 프로그램의 경우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도 단 몆시간만에 모두 탕진할 수 있는 베팅 게임이다. 출입하는 계층 역시 건설노동자와 소규모 장사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취재중 만난 60대 한 이용자(건설노동자)는 "베팅은 200원부터  2000원까지 걸수 있는데, 게임머니 10만 원을 넣고 빠르게 돌리면 (돈을) 잃는데 5분도 안걸린다"며 "재수 없으면 100만 원 잃는데 한시간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피시방 운영 경험이 있는 김모씨는 "피시방 차리는 데 큰 돈이 안들고 시청에서 허가 받기도 쉬워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차릴수 있다. 게다가 요즘엔 단속도 드물고, 단속한다고 해도 걸릴 확률이 낮다"며 "손님도 자주 오는 사람만을 골라 받아서 신고하는 경우도 없고, 신고해도 환전만 걸리지 않으면 탈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피시방 업주가 게임머니를 즉석에서 현금으로 바꿔주는 '환전'의 경우 게임산업진흥법 등 관련법에 따라 적발될 경우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만 하면 별 문제가 안된다는 얘기다.

김씨는 "최근에는 피시방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피시방을) 나와 오피스텔에 피시 몆대를 가져다 놓고, 아는 손님들만 불러 영업하는 곳도 있다"며 "(이 곳에서) 영업이 끝나면 (손님들끼리) 도박을 하는 장소로 이용된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단속의 손길은 신통치 않다. 경찰은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서는 게임 당사자의 적극적 신고와 증언이 필수적이고, 조직적으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총책을 검거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문을 잠그고 영업하는 상태에서 신고자가 있는 경우 관련 영장을 받아 문을 강제 개방하는 것으로 단속할 수 있고, 환전의 경우에도 당사자의 진술이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다"며 이용자의 적극적 신고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자들을 붙잡아 처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현재 각 지방청 사이버수사팀에서 도박 관련 사이트 운영자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정부시의 경우 성인피시방 관련 허가는 각 권역동 허가안전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사이트 연결 운영 등을 예방하는 차원의 사후점검은 미비한 상황이다.

의정부=고상규 기자 sskk66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