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보다 ‘안정’ 택한 CJ그룹…위기 극복 통할까

7년 만에 해 넘긴 정기 임원 인사…최소폭 임원 승진
강신호 4년 만 CJ제일제당 복귀, 실적 회복 과제
80년생부터 90년생까지 ‘젊은 리더’ 발탁

기사승인 2024-02-16 17: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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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보다 ‘안정’ 택한 CJ그룹…위기 극복 통할까
강신호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왼쪽)와 신영수 CJ대한통운 신임 대표. CJ그룹

CJ그룹이 장고 끝에 인적 쇄신 대신 안정을 택했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수장만 교체하고 임원 승진도 최소폭으로 줄였다. 통상 전년 12월이면 시행됐던 정기 임원인사가 해를 넘기면서 대대적인 ‘파격 발탁’에 무게가 실렸으나, 성과주의에 기반한 ‘조직 안정’에 중점을 뒀다.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CEO를 교체하는 내용의 2024년 CJ그룹 정기임원인사를 16일 단행했다. 임원(경영리더) 승진은 총 19명으로 2020년 이후 최소폭이다. 

CJ그룹이 해를 넘겨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이사에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강 대표는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CJ그룹 인사팀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CJ대한통운 대표를 맡기 전까지는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사로 강 대표는 4년만에 복귀하며 CJ제일제당을 이끌게 됐다. 강 대표는 CJ제일제당에서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꾸준히 외형을 키웠다. 

강 대표가 부진한 CJ제일제당 실적 회복을 위한 해결사 역할을 할 지 주목되는 이유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바이오 사업 부진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조8904억원, 8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35.4% 감소했다. 

강 대표는 2020년 말부터 CJ대한통운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주요 사업부문의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재임 기간 지난해 사상 최대인 480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이처럼 그룹 전반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강 대표는 실적 개선 과제를 안았다. 특히 식품사업부문을 강화해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CJ대한통운 신임 대표이사는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맡는다. 신 대표는 신규 브랜드 ‘오네(O-NE)’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등 택배·이커머스 부문에서 미래형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신 대표는 CJ대한통운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권역센터 구축과 미국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 등 해외 물류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최근 불거진 택배 노동조합과의 단체 교섭 의무와 근로 조건 개선 등 관계 회복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이재현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를 격려한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각각 6명, 4명이 나왔다. 반면 CJ제일제당에서는 임원 승진자가 3명에 그쳤다.

이번 인사에서 CJ는 1980년대생 6명, 1990년생 1명을 포함해 ‘하고잡이’ 젊은 인재들을 리더로 발탁했다. 나이나 연차에 관계없이 성과만 있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CJ그룹 철학을 반영했다.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저조한 실적으로 교체설이 돌았던 구창근 CJ ENM 대표도 유임됐다. 허민회 CJ CGV 대표 역시 유임한다. CJ CGV는 해외 매출 증가로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1조5458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을 기록했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승진은 없었다. 이경후 실장은 CJ ENM에서 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를 겸직하게 됐다.

CJ 관계자는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기본 원칙 아래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 인사”라며 “어려운 경영 상황 속 미래 성장을 고려해 2020년 이후 최소폭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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