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에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우승’ [V리그]

우승과 거리가 먼 ‘배구 여제’ 김연경
2020~2021시즌 한국 복귀 이후 3시즌 연속 준우승
화려한 ‘라스트 댄스’ 장식할 우승, 허락되지 않아

기사승인 2024-04-02 1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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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에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우승’ [V리그]
김연경. KOVO

‘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이 올 시즌마저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복귀 이후 3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른 김연경에게 우승은 멀게만 느껴진다.

흥국생명은 1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 3차전 현대건설과 홈경기에서 풀세트 전전 끝에 세트스코어 2-3(25-22, 17-25, 25-23, 23-25, 7-15)으로 패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챔프전 3연패를 당하며 현대건설에 통합 우승을 내줬다.

이날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사실상 승부를 걸었다. 체력적인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4세트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23-23에서 윌로우의 범실이 나왔고 이어 모마에게 백어택을 내주며 23-25로 세트를 헌납했다. 

이미 모든 체력을 소진한 흥국생명은 결국 경기를 현대건설에 헌납하고 2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연경은 블로킹 4득점, 서브 2득점 포함 총 23득점(공격성공률 31.5%)을 터뜨렸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배구 여제’에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우승’ [V리그]
준우승 트로피를 받는 김연경. KOVO

김연경에게 이번 준우승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2005~2006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김연경은 4시즌 간 정규리그 MVP를 무려 3번 수상하는 등 팀을 이끌고 ‘흥국생명 왕조’(동기간 우승 3회)를 세웠다.

한국을 접수한 뒤 해외로 눈을 돌린 김연경은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2회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 MVP(2014~2015시즌) 역시 그의 몫이었다. 김연경은 자신의 기량이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국가대표로서도 한국 배구의 새역사를 썼다. 김연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4강에 올렸다. 런던 대회에선 MVP 및 득점왕의 영예를 안았다. 팬들은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김연경에게 ‘배구 여제’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해외 도전 후 흥국생명으로 다시 돌아온 뒤엔, 그토록 원하던 V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김연경은 2020~2021, 2022~2023시즌 흥국생명을 챔프전에 올려놨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김연경의 마지막 챔프전 우승은 아직도 2008~2009시즌에 머물러있다. 

특히 김연경에게 이번 우승 도전이 남다른 이유로 현재 그가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꼽혔다. 지난해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김연경은 2022~2023시즌 흥국생명이 챔프전에서 도로공사에 V리그 역대 최초로 리버스 스윕(2승 후 3패)을 당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하자, 고민 끝에 1년 재계약에 사인했다. 은퇴보다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 컸기에, 김연경은 배구 코트에 다시 섰다. 

‘배구 여제’에 허락되지 않은 단 하나, ‘우승’ [V리그]
김연경(왼쪽). KOVO

지금도 김연경의 생각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 김연경은 은퇴 질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노코멘트”라 답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번 챔프전 도전이 어쩌면 ‘라스트 댄스’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배구 인생 마지막을 앞둔 김연경은 이번 챔프전에서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1차전 팀 내 최다인 23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공격성공률도 42.6%로 전체 1위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1⋅2세트를 따고도 3~5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했다. 

김연경은 2차전에서도 역시나 가장 돋보였다. 28득점을 올리면서 무려 59.6%의 달하는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토스가 어렵게 와도 모두 상대 코트에 꽂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하면서 김연경의 헌신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날도 김연경은 23득점(공격성공률 31.5%)을 올리는 등 팀의 주포로 나섰다. 공격성공률은 다소 낮았지만 위기 때마다 상대 흐름을 끊는 득점은 물론, 팀 공격이 답답한 상황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로 막힌 혈을 뚫기도 했다. 결정적인 득점을 터뜨리고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며 우승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흥국생명은 5세트에서 현대건설에 무릎을 꿇었다. 김연경은 최선을 다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고, 홈에서 현대건설이 우승 세리머니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한국 배구의 전설’ 김연경의 이번 도전도 아쉬운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영광을 누리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제의 대관식은 이번에도 볼 수 없었다.

인천=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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