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치용 대표 칼 빼들었나…한국체육산업개발 ‘징계성 인사’

제보 사주 의혹 있던 감사실장과 인사팀장, 각각 강등·보직 해임
해임됐던 노조위원장은 새 인사위원장 재심 후 정직 1개월로 변경

기사승인 2024-07-01 15: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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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치용 대표 칼 빼들었나…한국체육산업개발 ‘징계성 인사’
지난달 18일 한국체육산업개발 비생투쟁위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이영재 기자

물의를 일으킨 특정 간부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던 한국체육산업개발이 정기 인사에서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신치용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는 이날 단행한 정기 인사를 통해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을 받던 고위 간부 두 명을 강등 및 보직 해임했다. 이화종 감사실장(일반직 2급)이 스포츠운영실 일산운영팀장으로 강등됐고, 이성우 공연사업실 문화사업팀장은 보직 해임 후 스포츠운영실 분당운영팀으로 발령받았다. 

신치용 대표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규정상 2~4급은 항상 움직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인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계성 인사’ 아니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은 신 대표는 “징계는 징계고 인사는 인사”라며 “대표가 징계위원회에 관여는 물론 의견 표시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화종 전 감사실장은 제보 사주를 위해 민원인과 이성우 전 인사팀장을 연결해줬다는 의혹 외에도 종합청렴도 평가 관련 업무 책임자로서 과실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올해 초 발표된 2023년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공직유관단체 중 유일하게 5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는 2022년 3등급 대비 2등급 하락한 수치다.

이와 관련해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내부 조사 결과 경미한 과실로 판단돼 관리 미흡 책임 등 사유로 감사실장을 포함한 관련 직원 3명에게 지난 3월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감사실장을 교체한 신 대표는 “지난해 청렴도 하락에는 서류 접수 기한을 잘 지키지 못했던 행정 실수가 너무 컸다”면서 “현재 잘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감사실장이 잘하도록 독려해서 올해는 그런 문제가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 인사로 각각 강등⋅보직 해임된 이화종 전 감사실장과 이성우 전 팀장은 ‘사우회’ 관련 사업을 맡고 있던 업체 대표에게 ‘제보 사주’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아울러 이 전 팀장은 노조 사무국장에 대한 폭언⋅협박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인사팀장을 역임했던 이성우 전 문화사업팀장은 분당운영팀 팀원으로 발령받았는데, 팀장 보직에서 해임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징계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치용 대표는 “이화종 감사실장과 이성우 전 인사팀장이 제보자와 통화한 녹취록은 들었는데, 그렇다고 절차 없이 바로 인사 조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한 바 있는데, 정기 인사를 빌미로 의혹이 있는 인물 두 명을 각각 강등 및 보직 해임한 것으로도 읽힌다.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이 전 팀장에 대한 1차 인사관리위원회가 진행된 이후 28일에 징계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면서 “징계 대상자의 재심 청구 여부에 따라 2차 인사관리위원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징계 결과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8일 열린 재심에선 ‘해임’ 통보를 받았던 한국체육산업개발 하재권 노조위원장이 ‘정직 1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하 위원장은 당사자 없이 진행한 3차 인사위원회에서 사측이 해임 처분을 내리자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해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위원 제척 신청’을 당한 인사위원장(백종필 경영지원실장) 대신 신상은 경영기획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아 재심을 진행했다.

사측은 “징계 대상자가 사전 제출한 재심청구이유서, 인사위에 동반 참석한 변호사 및 당사자 의견, 추가 제출자료 등을 토대로 인사관리위원회 심의 결과 징계사유 세부내역에 대한 일부 사실이 소명되고 일부가 제외됐다”면서 “이에 따라 기존 해임 대비 한 단계 내려간 정직 1월 징계가 의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