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음 건강’, 촘촘히 돌봐야 [데스크 창]

청소년 ‘마음 건강’, 촘촘히 돌봐야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4-10-10 06:00:04
지난해 10대 자살률(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이 7.9명이다. 6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역대 최고치를 썼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모든 연령대의 사망이 줄었는데, 10대에선 오히려 늘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표한 ‘학생의 정신건강 실태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중학생의 자살 시도 경험률이 가장 높았다. 학업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을 겪은 초등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살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어린 시절 지속된 정신적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홀로 곪아가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제18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선 청소년 4명 중 1명(28.7%)이 최근 1년 사이 2주 동안 일상을 중단할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을 느낀 경험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기도 쉽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2024 청소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이 꼽은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2011년 4.8명에서 지난해 3.9명으로 줄었다. 

10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은 가운데 10대들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들을 위해 사회는 어떠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A로 인한 상황이 문제가 되면 그저 A를 못하게 하고, B라는 문제가 불거지면 B를 조심하도록 유도하는 단편적 시각에서 그간 정책을 들이댄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논의를 가져야 한다. 

현재로선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실질적 뒷받침을 통해 자살 예방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시행했지만, 이 기간 관련 지수는 되레 악화됐다.

전문가들은 ‘갭 이어(Gap year)’ 등을 예로 들며 적극적이고 과감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갭 이어는 학업을 잠시 멈추거나 병행하면서 여행, 봉사 등의 활동을 하며 진로, 적성을 탐색하도록 지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실효성 있는 개입’으로 추천하는 이른바 ‘사회생활 교육’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해당 교육은 가령 술, 도박, 마약 등을 권하는 친구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려준다. 또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가도록 돕는다. 

청소년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결국 가족, 친구와의 소통이다. 관계를 맺고 이어갈 때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과거와 비교해 경제적 여건은 나아졌을지 몰라도 학업 성과 등으로 평가받는 환경 속에서 오롯이 ‘자신’으로 사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다. 외롭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살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들이 다양한 만큼 10대를 위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사회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 불안이나 우울은 청소년기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그널이다. 신호는 진행형이며, 골든타임은 늦출 수 없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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