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코인 국감…송치형·이정훈 빠진 ‘빈 수레’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10-13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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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했던 코인 국감…송치형·이정훈 빠진 ‘빈 수레’ [친절한 쿡기자]
‘빈 수레가 요란하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대한 한 줄 평입니다. 이번 정무위 국감은 ‘코인 국감’으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여야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에 대한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봤죠.

정무위는 다수의 가상화폐 업계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그러나 핵심 증인들이 잇따라 불출석을 통보해 ‘빈 수레’가 됐습니다. 시작부터 맹탕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당초 정무위 위원들이 증인으로 신청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증인에서 제외됐습니다. 대신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죠.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은 루나 코인의 ‘셀프 상장’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두나무앤파트너스를 설립한 후 루나 코인에 투자했고, 2년 뒤 루나 코인을 업비트 BTC에 상장했죠. 당시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보유한 루나코인 매각해 1300억원의 차액을 남겼습니다. 송치형 회장은 업비트의 허수주문, 자전거래 등 혐의로 4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국감에 참석해 송치형 회장의 법정 공방에 대한 내용에 답했습니다만, 검찰 측의 주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죠. 윤창현 정무위 위원은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지 행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지 않냐”며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오히려 이석우 대표에게 제도를 하루빨리 만들어주면 고맙겠다는 제언을 들었습니다.

신현성 차이홀드코 총괄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습니다. 테라-루나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증인으로 질의에 응할 경우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 총괄은 권도형 대표와 2018년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핀테크 기업 ‘차이’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죠. 2020년 테라폼랩스 지분은 권 대표가, 차이 지분은 신 총괄이 모두 가져가며 정리했지만 신 총괄은 이번 국감 증인 중 유일하게 테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증인이 빠지면서 책임 추궁은커녕 사실 여부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테라 블록체인의 밸리데이터(노드 검증자)로 활동했던 김지윤 DSRV 대표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연락이 됐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테라-루나 피해자는 이 장면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죠.

아로와나 코인의 시세 조작 의혹을 받는 이정훈 빗썸 전 의장의 불출석 사유는 우울증과 공황장애입니다. 한글과컴퓨터가 발행한 아로와나 코인은 지난해 4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된 지 30분 만에 1코인 가격이 50원에서 5만3800원까지 1000배 이상 치솟아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정무위 위원들은 “외부인을 못 만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못 한다고 했지만, 며칠 전인 4일 중앙지법 형사재판에 피고소인으로 출석했다”면서 이정훈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국감장에는 제도의 필요성과 과거 투자자 피해 사례에 대한 질타만 요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내내 들어왔던 비판이죠. 테라-루나 사태에 집중하느라 자금세탁 방지 등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고팍스와 코인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종합검사에서 ‘주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이슈나 출석 요구도 없었죠.

윤석열 정부가 가상화폐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올해는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와 제대로 된 심문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가 계류 중인 14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빨리 논의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말만 외쳤습니다. 핵심 증인이 없어 심문은 흐지부지됐죠. 결국 빈 수레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습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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