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맛으로..' 21년째 김장봉사 나선 포천시 소흘읍 자율방범대

입력 2023-11-15 14: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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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맛으로..' 21년째 김장봉사 나선 포천시 소흘읍 자율방범대
소흘읍 자율방범대 대원들이 12일 지구대 주차장에서 김장김치 속을 버무리고 있다.
'엄마의 손맛으로..' 21년째 김장봉사 나선 포천시 소흘읍 자율방범대
김장김치 봉사에 참여한 대원들과 주민, 정치인, 경찰관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이 되면 평소보다 더 바뻐지는 이들이 있다.

날씨가 부쩍 추워진 지난 12일 일요일 오전 8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의 소흘지구대 앞. 고무장갑과 앞치마로 무장한 20여명의 중년 남성과 여성이 모여 김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부지런히 배추 속을 버무리고 있었다. 지구대에서는 주차장 한켠을 선뜻 내어주고,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 비번인 지구대 직원들까지 일손을 거들었다. 마치 지구대 앞에서 작은 마을잔치가 벌어진 모습이다.

21년째 불우한 이웃을 위해 김장봉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소흘읍 남녀 자율방범대'. 야간 순찰할동으로 범죄예방에 나서는 남녀 자율방범대는 중년 남녀 2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낮에는 열쇠수리점 사장, 회사원, 직업군인 등으로 일하지만 밤과 주말이 되면 4~5명의 대원들이 모여 차량과 도보로 범죄예방 활동을 벌인다.

이들이 21년째 김장봉사에 나선 것은 한 학생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듣고부터다.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학생이 김장김치를 먹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한 대원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됐다.

'엄마의 손맛으로..' 21년째 김장봉사 나선 포천시 소흘읍 자율방범대
직접 기른 무와 배추를 수확하는 자율방범대원들

김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밭 한켠을 얻어 무와 배추를 직접 재배하고 모자라는 비용은 대원들의 성금을 모아 충당했다.

이렇게 시작해온 김장이 어느덧 21년째다. 그동안 보냈던 김치만도 4000여 가정을 훌쩍 넘는다. 이제는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지구대, 지역농협에서 후원을 해줘 더 많은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담가진 김치는 한부모가정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진다.

여성자율방범대 김미경 총무는 "힘들게 봉사를 마치고 전달받은 곳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을 때 모든 피로가 녹는다"며 "이것이 수십 년째 봉사를 이어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김장봉사가 지금처럼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원이 줄거나 참여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갑작스런 날씨에 배추가 얼어 배추 구하기 작전(?)에 나선 적도 부지기수다.

이런 노력으로 소흘자율방범대 김형택 대장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는 상에 대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김 대장은 "나보다 더 오랫동안 열심히 일하는 봉사자들도 많이 있다"면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은 것은 열심히 더 봉사에 매진하라는 채찍질의 의미로 알고 불우한 이웃과 마을발전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포천=글·사진 윤형기 기자 moolgam@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