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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비시 게이밍, 과연 누가 문제일까?

윤민섭 기자입력 : 2017.05.19 11:00:00 | 수정 : 2017.05.19 15:26:00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매년 전 세계 수백·수천여 명의 프로게이머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 도전한다.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는 선수는 한 해에 5명, 만약 식스맨을 포함한다면 6명뿐이다. 1년에 단 1번, 한 분야 탑을 가리는 자리인 만큼 그 치열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컵은 결코 요행이나 운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승 상금 24억 원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누적 시청자 4억 명은 그들의 ‘운빨’을 지켜보고자 TV를 켠 것이 아니다. 노력파들 가운데서 가장 노력한 이들을 선별하는 일이다. 천재들 중 가장 재능 있는 자를 가리는 자리다. 롤드컵을 들었다는 건 그만큼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귀하디 귀한 우승자를 2명 이상 데리고 있었던 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역사를 다 뒤져 봐도 얼마 없다. 현재 한 명이라도 보유한 팀이라고 한다면 ‘임팩트’ 정언영을 영입한 C9, ‘피글렛’ 채광진이 악전고투하고 있는 팀 리퀴드, ‘루퍼’ 장형석의 에코폭스, ‘임프’ 구승빈의 LGD 정도가 떠오른다.

물론 아예 없진 않다. 가령 2016년의 로열 네버 기브업(RNG)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2014년 롤드컵 우승자 출신인 ‘마타’ 조세형과 ‘루퍼’ 장형석을 영입했고, 적합한 성과를 거뒀다. 그해 스프링 스플릿 우승, 서머 스플릿 준우승, 롤드컵 8강이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얻었다. 불세출의 선수들을 쓰임새에 맞게 활용한 좋은 예다.

kt 롤스터 역시 이번에 ‘폰’ 허원석과 ‘마타’ 조세형을 영입해 스프링 스플릿 준우승이란 호성적을 거뒀다. 이들은 아마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LGD 게이밍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2016년 초 SKT로부터 ‘마린’ 장경환을 영입했다. ‘임프’ 구승빈이 팀의 원거리 딜러를 담당하고 있었기에 이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허나 LGD는 RNG나 kt와 달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외려 승강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장경환과 함께하기 전, ‘에이콘’ 최천주와 ‘플레임’ 이호종을 영입해 LPL 우승을 차지하고 롤드컵에도 진출한 전력이 있다. 그 점을 감안한다면 선수 활용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LGD와 장경환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롤드컵 우승자 출신을 자그마치 4명이나 데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권 근처도 못 가본 팀이 딱 하나 있다. 비시 게이밍이다. 이들은 2015년 시즌을 앞두고 롤드컵 MVP ‘마타’ 조세형과 세계 최고 정글러로 평가 받던 ‘댄디’ 최인규를 영입했다.

허나 그해 성적은 4·6위에 불과했다. ‘바실리’ 리 웨이준을 주전 원거리 딜러로 기용해놓고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양심 없는 일이지만, 어쨌거나 삼성 탈수기의 핵심이던 ‘댄디·마타’ 듀오를 데려다 놓고도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비시 게이밍은 이듬해 조세형을 RNG로 보낸 뒤 SK의 미드 라이너 ‘이지훈’을 데려왔다. ‘댄디’와 ‘이지훈’의 조합이라니. 자국 리그 우승은 기본이고, 롤드컵에서 몇 위를 할지가 궁금해지는 게 당연하다. 허나 기대는 망상에 그쳤다. 현실은 영락없는 중위권이었다. 스프링 때는 5할 승률로 3위, 서머 땐 4위를 기록했다. LPL은 6팀이 1조를 이룬다.

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올 스프링을 앞두고 ‘댄디’ 최인규 대신 롤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정글러 ‘벵기’ 배성웅을 영입했다. 역시나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떨어져 2부 리그 강등을 면치 못하게 됐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두뇌와 한 시대를 풍미한 정글러로 중위권을 멤돌았다. 한때는 ‘페이커’도 벤치로 밀어낸 세계 최정상급 미드 라이너를 데려왔지만 서포터로 출전시키는 기상천외한 용병술로 빈축을 샀다. 롤드컵 3회 우승한 정글러까지 영입했지만 엄석대 내쫓듯 투표로 방출했다는 ‘카더라’만 나돈다.

왜 비시 게이밍만 안 되는 걸까? 왜? 유럽의 프나틱은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을 영입해 롤드컵 4강에 올랐다. ‘루키’ 송의진과 ‘카카오’ 이병권도 인빅터스 게이밍 이적 직후 팀을 롤드컵으로 이끌었다. 과연 ‘마타’ ‘댄디’ ‘이지훈’ ‘벵기’가 이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했을까?

대단한 선수들이 여럿 거쳐 갔음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을 못 벗어난다. 네임 밸류만 놓고 본다면 SKT 다음이다. 그런데 강등권을 허덕이는 건, 강등을 면치 못한 건 왜일까? 제 아무리 명품 옷이라도 한두 벌 정도는 본인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든 옷이 죄다 안 어울리면 그건 옷걸이의 문제다. 다 아는데 비시 게이밍만 모르는 듯하다.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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