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아내 성폭행, 자살이라도 해야 하나요?”… 사고 발생 20여일째 피해 남편의 절절한 호소글 파문

“임신 아내 성폭행, 자살이라도 해야 하나요?”… 사고 발생 20여일째 피해 남편의 절절한 호소글 파문

기사승인 2012-09-06 14:43:01
[쿠키 사회] “임신 8개월 된 아내가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아내가 끔찍한 일을 겪어 제정신도 아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인데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직접 알아보라고 합니다. 저는 이제 자살이라도 해야 하나요?”

지난달 12일 인천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20대 임산부의 남편이 인터넷에 사건 발생 이후 겪고 있는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도움을 주겠다는 네티즌의 손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정책과 성폭력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 임산부의 남편 A씨는 5일 오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임신 8개월 아내가 성폭행. 피해 남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우선 글에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이 성폭행 피해를 입은 임산부 아내를 보다 적극적으로 배려해주지 않아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분들이 수고해주신 것은 안다”면서도 “아내가 외상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119 구급차를 돌려 보내고 집앞에 주차한 경찰차에서 1시간 남짓 아내에게 진술을 하도록 했다. 왜 힘든 충격을 받은 아내에게 진술을 요구했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안경을 벗으면 사물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이 약하고 범인 인상착의는 제가 기억을 하고 있는데도 왜 굳이 아내를
딱딱한 의자에 앉히고 진술을 하게 했는지… 심히 가슴이 아프다”라고 적었다.

A씨의 아내는 지난달 12일 오후 2시30분쯤 집에서 낮잠을 자다 B씨(31)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과 6범인 B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이 지역을 배회하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는데도 그 누구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A씨는 “범인이 고아이고 재산이 없어 민사소송 자체가 안된다고 한다”며 “사고 발생 이후 일을 거의 나가지 못했지만 보상은 누구에게서도 받을 길이 없다. 당장 이달 생활비조차 없는 상황인데 정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몸소 뛰어 알아봐야 한다니, 그러려면 전 또 일을 못하게 된다. 자살이라도 해야 하나?”라고 답답한 심경을 적었다.

A씨는 또 성폭행 처벌이 보다 엄중해지길 바랐다. A씨는 앞서 같은 포털사이트에 올린 다른 글에서 “경찰 등에게 들어보니 B씨는 성폭행 전과가 있었는데도 길어봐야 5년 정도만 감옥에서 산다고 한다”며 “31살인 B씨가 감옥에서 나오면 36살밖에 안되니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제 아내 사건을 계기로 성폭행에 대한 처벌이 무거워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A씨는 다행히 뱃속 아기는 건강한 상태라며 자신의 아내를 끝까지 사랑할 것이며 좀 더 노력해 아직 올리지 못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또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많은 네티즌들의 손길을 완곡히 거절했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며 “제가 그 정성을 받는다면 당장 생계는 해결되겠지만 스스로 나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고마운 마음만 받겠다. 다만 국가를 상대로 보상받는 길을 알아볼 것”이라고 적었다.

A씨의 절절한 글에 많은 네티즌들이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에는 “죽을 만큼 괴로운 상황이겠지만 남편께서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책임감도 강하신 것 같아 다행이다. 어려움을 꼭 극복하시길 간절히 바란다”는 식의 응원 댓글이 쇄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성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지만 꼭 도움을 드리고 싶다. 당장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나중에 갚으면 되지 않느냐”며 성금을 받을 것을 설득하기도 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성폭행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한 임산부는 “글을 읽고 치가 떨리고 화가 난다”며 “같은 임산부로서 고통이 어땠을지 눈물이 난다. 그런데도 피해자 가족이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다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가 싫어질 정도”라고 힐난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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