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옆방 남자야. 문 열어” 고시원 창문에 괴한… 피해여성 “고시원이 환불 불가” 인터넷서 호소

“나 옆방 남자야. 문 열어” 고시원 창문에 괴한… 피해여성 “고시원이 환불 불가” 인터넷서 호소

기사승인 2012-09-08 22:08:01

[쿠키 사회] “술 취한 남성이 고시원 창문을 통해 자고 있는 제 모습을 쳐다보며 잠긴 문을 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순찰만 신경 쓰겠다고 하네요. 또 무서워서 못살겠는데도 고시원은 환불을 안 해준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취업을 준비하려고 서울로 상경해 고시원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여성이 괴한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할 뻔했다며 사건 경험담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여성 네티즌 A씨는 7일 오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고시원 사는 여성분들, 거긴 안전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주에서 올라와 지난 3월부터 서울 충신동 B고시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A씨는 지난 6일 새벽 1시55분쯤 겪은 사건을 상세히 적었다.

A씨는 “평소 항상 열려있는 고시원 출입문을 통해 술 취한 낯선 남성(C씨)이 들어와 제 방 창문을 통해 자고 있는 저를 10 여 분간 쳐다봤다”며 “C씨는 잠긴 방문을 열려고 옆방 남자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부서질 듯 문을 세차게 흔들었다”고 적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A씨는 간신히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C씨는 그러나 즉시 도주해 잡지 못했다.

A씨는 “이날 오후 고시원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보니 C씨는 한 시간 동안 고시원을 누비며 모든 방을 노크하는 등 문이 잠기지 않은 곳을 찾았다”며 “제 방 창문에 얼굴을 들이대는 C씨의 모습이 찍혀 있는데, 그 창문 너머에 제가 있었다니 소름 끼친다”고 전했다.

자칫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A씨는 B고시원이나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에 안심하지 못했다. A씨는 “고시원에서는 입주자 중 한 명인 줄 알고 어떠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결국 사건 발생 12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이 왔다”며 “경찰도 직접 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주위 지역 순찰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결국 다른 고시원 이전을 결심했지만 이도 쉽지 않았다. B고시원측이 환불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A씨는 “입실 계약서에 ‘개인사정으로 입주일 이후 한 달을 채우지 않으면 1%도 환불할 수 없다’고 돼있다며 B고시원이 환불을 거절했다”며 “고시원 월세는 35만원이고 방세 입금일은 사고 발생 하루 전인 매달 5일인데, 입주 하루가 지났으니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이어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고시원을 찾아오는 주인에게 ‘당신 딸이 같은 일을 당해도 내버려둘 거냐’고 물으니 ‘충분히 그냥 냅둔다’고 했다”며 “고시원 주인은 사고가 터졌는데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고 전화로만 ‘이젠 안전할 테니 환불은 절대 못해준다’고만 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강간마가 서울 한복판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 나라, 경찰은 실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순찰만 강화하겠다고 하는 나라, 고시원 주인은 괴한 침입 막지 못해놓고 환불 못해주겠다며 피해 여성 두 번 울리는 나라, 대한민국”이라거나 “여성 홀로 타지에서 끔찍한 사건을 겪어 제대로 잠잘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울 텐데, 그 누구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는 식으로 비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측은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에 따르면 피해여성이 공식 사건 접수를 거부하고 순찰 강화를 부탁해 현장에서 사건을 종료한 것”이라며 “또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뒤 즉각 출동했으므로 경찰이 늦장 대처하거나 사건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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