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슈 팩트체크] 흉악범죄가 정신병 탓(?) 오해와 진실

[건강이슈 팩트체크] 흉악범죄가 정신병 탓(?) 오해와 진실

기사승인 2016-06-02 00:42: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일명 ‘묻지마 살인’과 관련 경찰은 피의자 김모씨에 대해 “여성 혐오가 아닌, 정신병에 의한 살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여성들은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경찰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번 사건과 관련 가해자의 정신병력이 부각되며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이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혐오범죄’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에 의한 범죄일까,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일까.

이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의학적, 사회과학적 해석이 필요하다. 우선 ‘혐오 범죄(Hate Crime)’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혐오범죄는 동성애자, 특정인종 등 자신과 다른 사람 또는 사회적 약자계층에게 증오심을 갖고 불특정 상대에게 범죄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나치주의자,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는 비밀결사단체 KKK(Ku Klux Klan) 등의 증오범죄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에선 지난 1991년부터 증오범죄를 공식범죄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 사례로 제임스 버드 주니어는 텍사스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해 1998년 6월 7일 살해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매튜 셰퍼드-제임스 버드 주니어 증오범죄 금지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혐오범죄는 대개 잔혹성과 집단성을 띤다. 그런데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혐오범죄라고 보기 힘든 유형이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혐오범죄(또는 증오범죄)는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는 특정 인종이나, 종교가 우월하다는 등의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혀 행동이 격화돼 범죄로 이어지는 것으로 ‘사회병리’ 현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이는 어떤 신념이나 집단의식을 공유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에 반하는 소수자 또는 개인에게 모든 부정적인 것을 투사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 정신병력이 있는 가해자의 피해망상이 도발해 범죄를 일으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다만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보통사람보다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는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가해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다. 정신분열증이라 흔히 불리는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며 사회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조현병 등 정신병력이 있는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높을까. 정한용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며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며 “급성 악화기에 일부에서 망상으로 인해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며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신분열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높을까, 낮을까. 실제 경찰청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3%에 불과했다. 범죄 발생의 유형별 집계 현황에서도 정신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강력범죄자 2만5346명 중 510명에 불과했다. 즉,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정 이사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newsroo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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