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폐암환자로 투병 중인 김철수(가명)씨는 “효과가 좋은 신약이 아직도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이 되지 않았다. 한달 1000만원 가량의 약값이 없어 삶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환자 약값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호소했다.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된 항암제와 그렇지 않은 비급여 항암제의 차이는 막대한 ‘약값’이다. 환자 본인 부담금이 5%인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약물에 대해서는 환자 부담이 줄지만, 그렇지 않은 ‘비급여’ 약물일 경우 환자는 100% 본인부담으로 비싼 약값을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이 도입돼 건강보험급여 적용까지 소요 시간이 길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항암제는 환자 본인부담금이 5%로 보장성이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 항암제가 건강보험 ‘급여’인 경우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다수의 항암신약이 급여화되지 못해 평균적인 보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이 최근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국내 항암신약의 건강보험 등재까지 기간이 다른 나라 보다 2.5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정작 환자들의 약값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항암신약이 허가를 받은 후 보험이 등재되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다른 국가에서는 통상 8개월(245일) 정도이지만, 국내에는 1년 8개월(601일)이 소요되면서 2.5배 정도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환자와 국민들 10명 중 8명은 “항암신약을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고 답해 빠른 항암신약의 급여를 요구하고 있다. 김봉석 한국임상암학회 정책보험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행정 속도가 항암신약 개발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법정 평가기간은 120일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자료 제출 및 보완 등에 소요되는 기간이 포함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 가격 협상 이전이지만 가격 논쟁으로 실제 소요기간과 차이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수미 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 부장은 “효과가 좋은 신약을 하루 빨리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충분히 따져 신약 보험급여 등재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며 “다만 심평원은 공공 보험료를 갖고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대체 약제, 비용효과성을 충분히 고려해 약을 심사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 환자, 제약사 입장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 부장은 “최근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가능’ 등의 면제 트랙으로 급여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빠른 항암신약 개발속도에 비해 신약 급여화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항암신약 개발 속도는 2∼3배로 늘었지만 급여속도는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외쳤지만 정작 환자와 의사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며 “획기적 신약으로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많은 환자들이 죽어간다. 정부가 환자와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신약 허가와 보장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